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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시작한 팀 궤도에 올려놓았더니...”
학교 축구팀 재건에 최소 3년 걸려
 
이종국 기자 기사입력 :  2009/08/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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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희철 전 안용중학교 축구감독
(2002. 6.~2009. 03

차 감독을 만나는 동안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11일부터 시작하는 수원추계축구대회 때문.
그의 삶은 축구가 전부다. 그런 차 감독이 지난 3월 안용중 축구부 감독을 불명예스럽게 그만두었다.

이후, 학교 축구부는 3학년 8명과, 2학년 1명의 특기생만 남았고 5:0팀으로 전락한 상황.
2006년 전국대회 8강 및 경기도 교육감기 및 경기도지사기 우승 등 차 감독이 일구어 놓은 성과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차희철 감독은 안용중학교 17회 졸업생이다. 오산 성호초등학교(64회)에서 축구를 시작해, 안용중(17회)-여주제일고-조흥은행-유공에서 미드필더로 선수생활을 했다. 유공은 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모태가 되는 팀이다.

그런데, 차 감독은 지역사회에 살며 가끔 듣는 지인들의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 동문들이 전하는 “교장 선생님에게 좀 더 잘 하지 그랬어.”가 특히 그렇다. 안용중의 실체를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서운함이 그 속에 묻어 있다. 더군다나, 퇴임 이후 차 교장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악담을 했으면 그런 소문이 났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차 감독은 2002년 6월 안용중 감독에 취임했다. 그나마 2004년 5월까지 3년간은 정상적인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해 6월부터 차 교장은 “학교에 돈이 없으니 축구부 부모님들로부터 급여를 자체조달 하라”는 통보를 했다.

2002년 학교 축구부 감독이 된 후 3년 동안 축구부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자 꺼내놓은 말이었다. 2002년에는 단 한명의 선수도 없는 황무지였다. 선수 모집을 위해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 글도 올리고, 여기저기 학교를 찾아다니고, 플래카드를 만들어 달기도 했다. 그해 12월, 그렇게 선수들을 모집해 15명의 선수로 창단식을 가졌다.

제대로 팀을 구축하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그렇게 30명의 선수가 구성 되자마자 학교측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말을 전한 것. 하는 수 없이 학부모로부터 처음 30만원에서 나중 40만원씩 회비를 걷게 되었다. 2004년 교장은 “너무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2007년도부터 화성시체육회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차 감독이 학교를 그만두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화성시체육회는 2007년 7월부터 감독 200만원, 코치 180만원 씩 지도자 처우개선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다. 감독 급여는 학부모 출연금 280만원에 200만원이 더해져 480만원에 달하게 된 것. 물론, 2004년 이후 학교에서는 단 한 푼의 월급도 지급하지 않고 있던 상황.

그때부터 본격적 사퇴요구가 시작됐다. 전직 행정실장 중 한명이 전했던 “차 교장에게 직원들은 밥만 먹고 살 정도여야지 그 이상 넘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사직을 강요한 직접 이유는 “인사도 않고 급여도 많고, 축구부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코치 두 명을 자르라고 해서 코치진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인 이후였다.

성적도 문제가 됐다. 2006년도 성적에 비해 2007년에는 경기도 교육감기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 전국대회는 16강 탈락에 머물렀다.
성적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오합지졸” “이틀맨”이라는 말을 면전에서 퍼부어 댔다.
안용중 축구부가 해체된다는 소문이 떠돌자 학생들이 하나 둘 떠나고, 2008년도 말에는 급기야 단 한명의 특기생도 뽑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시작된 “그만두라”는 통보 이후 사직서 강요가 끈질기게 이어졌다. 2008년 7월부터니까 8개월 가량 요구가 계속된 것.
차 감독은 결국, 2009년 3월까지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퇴직하는 과정은 최악이었다. 차 감독은 마음을 정리하고 교장과 마지막 면담을 했다. 2002년부터 근무한 퇴직금 요구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이 “퇴직금 받으려고 계약 했느냐?”는 것.

노동부에 진정을 하겠다고 말하자 마지막 떠나는 차 감독에게 교장은 서류철을 집어 던졌다. “이놈의 새끼가 나를 죽이려고 학교에 들어왔느냐?”고 말하며...
하지만, 차 감독은 학교 스승이기 때문에 차마 아무 말도 하지 안았다.
차 감독은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새로운 팀을 맡아 감독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 47세의 젊은 나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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