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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7]
직원을 지도하는 두 방식: 피드백과 피드 포워드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3/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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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초등학교 4학년 영희는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영희 할머니는 자상한 성격이어서 영희가 학교 갈 때면 여러 가지를 챙겨주신다. “영희야, 준비물은 챙겼어? 오늘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니까 우산 꼭 가져가라. 그리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똑바로 대답하고, 애들하고 싸우면 안 돼. 웬만하면 네가 다 양보해. 그리고 차 조심이야. 횡단보도에서는 좌우를 살펴야 해.”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육아 스타일에 대해 영희 아빠는 불만이 많다. “어머니, 그냥 영희가 알아서 하게 두세요. 아니 준비물 안 가져가면 자기가 혼날 테고, 우산 안 가져가서 비도 맞아 보고 해야 제가 정신 차리지요. 미리미리 어른이 다 해주면 안 돼요. 자기가 몸으로 겪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한 교육이란 말이에요.” 영희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영희 아빠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데 회사에서 직원을 다루는 스타일도 같은 스타일이다. 직원들에게 일을 맡긴 이후에는 특별히 조언하거나 지시하는 것 없이 직원 스스로 일을 해나가게 한다. 하지만, 업무 결과에 대해서는 야무지게 평가하고 매섭게 지적한다. 그는 아이나 어른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나 일이 끝난 다음에 지적하거나 정보를 주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을 피드백(feedback)이라고 한다. 반면에 일을 하기 전에 미리, 미래에 있을 일에 대해 정보를 주거나 조언, 당부하는 것을 피드 포워드(feed forward)라고 한다. 어떤 리더는 피드백을 주로 사용하고 어떤 리더는 피드 포워드를 주로 사용한다. 물론 둘 다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영희 할머니는 다분히 피드 포워드 방식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영희 아빠는 피드백 방식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 좋은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직원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달려있다. 직원이 일을 잘 모르거나 어려워할 때는 피드 포워드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이 어느 정도 일을 알고 있고, 능력이 있을 경우는 사전에 지도를 많이 하는 것이 오히려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산업화가 고도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피드 포워드 방식보다는 피드백 방식을 권장하는 경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권한 위양, 자율 경영 그리고 임파워먼트가 모두 그런 개념들이다. 

 

인간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계의 제어 방식도 마찬가지다. 길거리 교통 신호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파랑, 노랑, 빨강, 좌회전 신호 등이 미리 정해진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통행량을 예측하여 색깔별로 간격이 정해 있다. 좌회전 차량이 많은 곳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빨리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좀 천천히 나온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실시간 교통량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일단 좌회전 신호 간격을 짧게 해 놓았으면, 특정 시점에 좌회전 차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둘째는 신호등에 센서가 부착되어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측정하여 그 상황에 맞게 신호등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좌회전 차량이 늘면 좌회전 신호를 빨리 주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몰리면 횡단보도 파랑 신호를 빨리 그리고 길게 주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이 피드 포워드 방식이고, 두 번째 방식이 피드백 방식이다. 피드 포워드 방식은 사전에 예측하여 신호를 통제하는 것이며, 피드백 방식은 현재의 상태나 결과를 감지하여 이를 신호 통제에 반영하는 것이다. 피드 포워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피드백 방식이 훨씬 고도의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결과를 평가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드백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일 수 있고 경제적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드백 시스템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드 포워드에 대해 소홀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피드 포워드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경향이 생겼다.

 

리더는 피드백도 잘해주어야 하지만, 피드 포워드도 잘해야 한다. 피드 포워드를 한다고 해서 영희 할머니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려 동기를 떨어뜨리는 잔소리가 된다. 포드 포워드를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직원이 스스로 문제를 대처할 수 있게 하고 동기를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효과적인 피드 포워드는 직원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에게 질문을 하여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코칭 행위이다. 그래서 일에 관한 내용보다는 일에 대한 맥락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게 좋다. “오늘 고객 만남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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