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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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중인 굴뚝들
굳이 따진다면
검은 고래의 한 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궁이라 불리는 입이 있고
굴뚝은 꼬리지느러미쯤 되겠습니다
굴뚝은 흰 연기를 공중의
연안쯤에 풀어놓기를 즐겼습니다
길게 풀어지는 연기엔 깊은 수심이 그렇듯
그 흔한 매듭이나 마디조차 없었습니다
연기는 물처럼 흐르다가 가끔은 방향을 읽어내고
변덕스러운 바람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사람들은 구들을 일컬어 고래라고도 합니다
검은 고래가 뿜어내는 흰 물줄기처럼
그 속은 검게 그을렸지만
굴뚝이 품어내는
연기만큼은 늘 흰색이었습니다
불에서 그을음을 모두 빼놓고 나면
흰색만 남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붉은색이 검은색이었다가 흰색이 되는
일종의 색조견표이기도 했을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아궁이가 사라지면서
어종들이 사라지듯 공중의 연기들도 사라졌습니다
멀리까지 풀어지던 저녁은 어디에 있습니까
풍향계를 자처했던 굴뚝들은 지금
멸종 중에 있습니다
숲은 천적이었던 굴뚝들이 사라지면서
숲은 더욱 우거질 것입니다
굴뚝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밖에 나가 놀고 있는 자식들을 불러들이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연기에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도 함께 흘려보냈으니까요. 이때쯤 공중의 연기들만 사라진 것이 아니고 부엌에 계시던 엄마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저 뒷산에 나무들이 우거지면서 굴뚝도 연기도 엄마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굴뚝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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