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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79]
태산은 토양을 가리지 않는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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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 화성신문

태산(泰山)은 불양토양(不讓土壤)이고, 하해(河海)는 불택세류(不擇細流)라는 말이 있다. 이를 풀어 보면, 큰 산은 한 줌 흙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큰 산이 된 것이고, 넓은 바다는 가는 물줄기 하나까지 포용하여 넓고 깊은 바다가 되었다는 뜻이다. 중국 진시황제 시절 승상을 지낸 이사(李斯 BC 284~ 208)가 한 말로서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이야기다.

 

이사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다. 그는 군에서 하급 관리로 일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쥐를 관찰하면서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숙소 변소에 서식하고 있던 쥐들은 인간이 버린 오물을 먹고 있으면서도 사람이나 개가 나타나면 놀라 도망가는데, 군청의 쌀 창고에 있는 쥐들은 남의 곡식을 훔쳐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다가가도 별로 내색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이지만, 이사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사람이라는 것도 쥐와 같아서 어떤 곳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거구나”하고 깨우쳤다. 그는 큰물에서 놀아야 하겠다 생각하고, 당장 순자(荀子)를 찾아가 유학과 제왕의 통치술을 배웠다. 그러고는 서쪽에 있는 진나라로 가 진나라 승상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다. 여불위는 이사를 진왕에게 천거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사는 진왕의 일등 참모가 되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는 이사를 진나라 고관대작들이 곱게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당시에는 이사뿐만이 아니라 타국에서 온 관리들이 많았는데 이런 이방인과 토박이 간에 알력이 있었다. 이때 마침, 한나라에서 온 정국이라는 토목기술자가 대규모 수로 사업을 제안해서 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진나라를 해칠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정국은 한나라의 간첩이었던 것이다. 이 일이 있자 타국 출신을 반대하는 여론이 하늘을 찔렀다. 급기야는 진왕이 타국인을 추방한다는 축객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축객(逐客)이란 손님을 내쫓는다는 뜻이었다. 

 

이사도 그동안 쌓은 공을 다 날리고 진나라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그러나 그는 호락호락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왕에게 상소를 올렸다. 

 

“신이 듣기에 땅이 넓어야 산출하는 곡식이 많고, 나라가 커야 백성이 많으며, 군대가 강해야 병사들은 용감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태산이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큰 산이 되었고, 황하는 한 줄기의 실개천 물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왕은 한 명의 백성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덕을 능히 밝힐 수 있어 사방으로 끝이 없는 땅을 영토로 삼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백성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사는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최고의 명문장 중 하나로 꼽히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쓴 것이다. 그 문장의 핵심은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이고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이며, 인재를 가리지 말고 등용하라는 뜻이다. 축객령을 철회한 진왕은 타국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사는 더욱 중용되었다. 심지어는 간첩이라고 했던 토목기사 정국도 살려서 공사를 마무리 짓게 했다. 대규모 수로가 진나라에도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진왕의 이런 포용정책으로 인해 천하의 인재가 그의 주변에 모이게 되었으며 결국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했고, 진왕은 황제가 되었다.

 

조직을 꾸려나가다 보면, 어느덧 한쪽에 치우친 인사를 하게 된다. 대학 교수들도 보면 어느 과는 S대 출신만 모여있고, 어느 과는 Y대 출신만 모여있다. 치우친 인사를 한 탓이다. 이렇게 출신학교로 편향되기도 하고, 지역으로 쏠리기도 한다. 또 남성으로 치우치기도 하고 여성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나이로 치우치기도 하고, 이념적 성향으로 벽을 쌓기도 한다. 이래서는 조직이 발전할 수 없다. 능력 위주로 발탁해야 하고, 성과 위주로 등용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가 왜 기술과 창업의 요람이 되었는가? 인재가 몰리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는 미국에 있지만, 미국인이 이끌어가지 않는다. 중국인, 인도인이 없는 실리콘 밸리를 상상할 수 없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도,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권도 새 희망으로 새 출발 했으면 좋겠다. 더욱 넓게 편견 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것부터 말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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