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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시인의 ‘생활과 시(詩)의 동거’ 12]
망가진 것들의 합산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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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도시의 외곽에 있는 고물상은

거대한 자석덩어리일까,

인근의 고철들은 다 그곳으로 몰려든다.

 

그곳엔 망가진 것들을 합산하는

저울이 있다

 

본연의 무게와 그 무게의 환산을 돕는 저울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쓸모없는, 쓸모없음의 마지막을 다는 저울도 있다

 

본연의 무게에서 빠진 무게들은 무엇일까, 찌그러지지 않은 각도와 긁히지 않은 매끈한 표면들이거나 끊기지 않은 회로의 접점들, 또는 뜨겁게 끓어올랐던 열전도와 다급하게 식어버린 밑바닥들.

혹은, 안쪽과 바깥쪽의 질량이거나 다만 손잡이 하나가 떨어져 나간 난감한 무게, 찌그러지고 망가진 무게들이 떨어져 나갔는지 더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빠져나간 본래의 금액과 그 차액을 환산하면 몇 년 동안의 편리함 정도일까

 

빠져나간 만큼 더해진 낡은 더께들과 망가진 것들이 올려져 있는 저울

 

생활에 부역한 흔적들이 바르르 떤다.

 


 

 

우연히 눈에 띈 고물상 안마당 저울 위에  냄비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오랫동안 한 집 식구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애쓰던 안쓰러운 흔적들, 수명을 다해 아무 쓸모없는 고철, 망가지고 찌그러진 난감한 무게를 합산하면 얼마나 될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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