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원 청운대학교 문화예술경영마이스학과 외래교수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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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3번째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설정되어 있고, 110대 국정과제 중 56번째는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 57번째는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 체계 확립’이다. 이와 같은 국정 목표와 과제는 윤석열 정부가 보편적 문화복지와 사각지대 없는 공정한 예술지원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목표다.
지난 10월에는 ‘모두예술극장’을 개관하여 장애예술인이 불편없이 무대로 이동하며 출연할 수 있도록 무대의 높이를 없애고 객석 바닥과 같은 높이로 만든 극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관람객이나 어르신들도 지하철에서 극장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이 연결되어 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가 문화예술을 함께 만들고 누릴 수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촘촘한 배려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 간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차별이란 동일한 조건에서 다르게 인정되는 것도 차별이지만 조건 자체의 다름도 차별일 수 있다. 문화예술을 누리고 참여하는데 차별이 있을 수 없겠으나 우리 사회에는 소외되어 온 여러 계층이 있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들이다. 이들은 이따금 찾아오는 단골고객이 끊길세라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삶이 이러할진대 그들에게 문화니 예술이니 하는 말은 가당치 않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내가 팔고 있는 물건을 사지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원망이나 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재래시장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인천 서구의 재래시장인 거북시장이다. 노점상을 입주하게 한 시장 건물 내 한쪽에서 지난 10월부터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동아리들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에 공연을 열었다. 벽면에는 그림이 걸렸다. 11월에는 전문 극단이 연극을 공연하였다. 공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명기 몇 대 매달고 암막 커튼을 둘러쳐 불빛을 막았다. 관람객이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30여개의 좌석을 마련했는데 100여명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시장에서 늘 자리 지키고 있는 상인들을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향한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배우를 바라보고 대사에 귀 기울이는 그들의 마음은 무대에 몰입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진동 소리도 나지 않았다. 관람 태도도 만점이었다. 이들은 이제야 예술이라는 것을, 공연이라는 것을, 연극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연극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들 뿐이겠는가 전국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을 접한다는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이뿐이 아니었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이틀 동안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버스커 10팀이 공연을 했고, 12월 첫날 50인조의 오케스트리가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연주가 끝났어도 관람객들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뜨거운 가슴의 감동을 얼른 가라앉히고 싶지 않아 보였다.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음을 감동하고 감탄하고 있었다. 기적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누가 이 시장에서 연극을 하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촘촘하게 문화예술을 챙기는 것이 정부나 자치단체, 또는 지방정부가 출연기관으로 설립한 문화재단이 챙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 스스로 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공공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인천의 한 문화재단이 매월 생활문화 한마당으로 판을 깔아주니 동아리들이 신바람 났고, 그 신바람이 시장으로 번져갔고, 재단의 기획과 지역 주민의 열정적 참여로 이루어진 재래시장에서의 기적이다.
시민 스스로 만들고 누리며 공유하고 공감하며 이어가는 것이 지역 문화이고, 이러한 자생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화재단 등 공공이 도와주는 일, 그래서 시민이 문화공감으로 감동과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문화자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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