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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74]
일에 끌려가는 사람, 일을 끌고 가는 사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1/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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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H 사장은 집에서 저녁 먹는 날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저녁은 반드시 가족과 저녁을 해야만 한다.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부인하고 며칠 전에 약속을 했다. 함께 저녁을 하자고. 아침 출근하면서도 다짐을 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한다고. 그런데 웬걸. 오후 4시쯤 일이 터지고 말았다. 중요한 고객을 오늘 저녁에 만나야 하게 생겼다. H 사장은 한참 고민했다. 그리고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미안해. 저녁에 일이 생겼어. 나중에 더 맛있는 거 사줄게.”

 

H 사장은 일이 많다. 참석해야 할 회의가 많고, 인사해야 할 행사가 많고, 그리고 결재할 서류도 많다. 잡지사에 원고를 써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것도 몇 달째 미뤄두고 있다. 예정된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H 사장이 하는 일은 갑자기 터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결혼기념일 저녁에 생긴 일도 그렇다. 고객사의 내년도 주문이 줄어들 조짐이 있다는 신호가 잡혔다. 그렇다면 회사에는 큰 타격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일에 질질 끌려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신나게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일에 끌려다니고 어떤 사람이 일을 끌고 가는 것일까?

 

영어에 reactive라는 단어가 있다.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 좋은 것이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는 반응이 나타나야 하고, 감동적인 음악을 들었으면 박수를 치면서 호응해 주어야 한다. 고객이 매장에 나타나면 친절하게 맞아주어야 하고 또 불평을 제기하면 즉각적으로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반응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reactive에 반대되는 영어 단어는 proactive이다. proactive는 ‘상황을 앞서서 주도하는’ ‘사전 대책을 강구하는’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전향적’ 또는 ‘주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reactive 하게 일하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고, 과거지향적인 사람이다. 반면에 proactive 하게 일하는 사람은 능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일이 많은 사람, 일에 치여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반응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임시변통으로 위기를 넘기고 나면, 또 더 큰 일이 나타난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선도적으로 해야 하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일이 생기기 전에 일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도 없는데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이 많을 것 같지만, 일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때문에 그게 일을 줄이는 것이다. 그럼, 전향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P 사장은 건설업을 하는데 관공서 일이 많다. 그래서 시나 도의 돌아가는 사정을 열심히 살핀다.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 예산 사정은 어떤지, 그리고 인사변동은 없는지 이런 것 말이다. 이런 것을 알면 어떤 쪽에서 수주가 나올 것인지, 어떤 요구가 많을 것인지 대략 예측이 된다. 그래서 민간인이 참여하는 위원회에도 참가하고, 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가서 인사도 하고 분위기도 살핀다. 

 

P 사장이 이렇게 살펴보니 내년도는 예산 긴축이 큰 이슈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다 보면, 공사 발주도 줄어들 것이고, 비용에 대해 매우 예민해질 것이다. 당연히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공사 감독도 까다로워질 것이다. 여기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 P 사장이 내부 일 처리를 챙기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이런 대외적인 이슈와 관련하여 일의 전체 흐름을 살피고 주요 포인트를 따진다. 나머지 디테일은 임원들에게 맡긴다.

 

P 사장이 하는 것은 일의 맥락을 살피고 일의 전체를 보는 것이다. 일을 끌고 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일의 맥락과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주요 포인트를 잡는 것이다. 일 속에서 일을 잘하려 하지 말고 일 밖에서 일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P 사장 회사 직원들이 P 사장에게 감탄하는 것이 P 사장의 예측 능력이다. 수주를 위해 제안서를 넣을 때, P 사장이 “이번에는 디자인에 신경을 써보자”, “이번에는 디지털화로 차별화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적중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P 사장은 사냥감이 나타날 것 같은 길목을 미리 예견하고 거기서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일을 끌고 가는 게 그런 것이다. 일을 끌고 가는 사람은 결혼기념일 행사도 주도적으로 설계할 것이다. 허겁지겁 배우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대비하고 준비한다.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하여 감동적인 이벤트를 펼칠 것이다. “주도적이 되라.”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첫 번째 습관이다. 이 습관이 일을 줄이는 것이고, 효과적으로 시간을 쓰는 방책이기도 하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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