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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7]
따분한 일을 따분하지 않게 하는 법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9/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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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교육회사에서 임원을 하고 있는 Y씨는 다양한 외부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한 모임에서 최근 1박 2일 워크숍을 가게 되었다. 멤버들이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주중에는 길게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말을 내어 마련한 워크숍 행사였다. 

 

그는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워크숍을 가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

 

첫날은 좋았다. 강사로부터 좋은 강연도 듣게 되었고, 함께 참석한 멤버들 하고도 따뜻한 교류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두 번째 날 오전이 문제였다. 회의 장소에 내려간 Y씨는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종이를 접고, 프린트물을 커팅하고 또 풀칠하고, 붙이고 하는 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임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의 재료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인쇄소에 맡겨서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사람들이 모인 김에 함께 거들어서 하자는 집행진의 뜻이 있었다. 그런데 10~20분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2시간 이상 걸릴 수 있는 작업량이었다.

 

Y씨는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 “내가 몸값이 얼마인데, 이 금쪽같은 시간에 이런 허드렛일을 해야 하나?” 싶었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그날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Y씨가 대표로 불만을 표시했던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영양가가 없는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가수 박진영도 방송에 나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저 같은 사람이 하는 일도 80%는 하기 싫은 일이다.” (Mnet 2019. 3. 14)

 

필자도 마찬가지다. 35년간 교수를 했고,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가르친다는 것 자체는 보람 있는 일이지만, 필자가 하는 일 모두가 멋진 일은 아니었다. 특히 필자는 시험 채점하는 것이 곤혹이었다. MBA(경영학석사) 과정 예를 들자면,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데 주관식으로 문제를 내다보니 쓴 글을 읽고 점수를 매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험 채점이 지루한 일이다 보니 한 번에 몰입하여 마무리할 수 없어 자꾸 시간이 늘어져 2주간이나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 따분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런 일은 안 하는 게 좋다. 최대한 줄여보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비용을 들여 외주를 맡겨야 하고 아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그들에게 맡기면 좋다. 교수들이 주로 쓰는 방법은 객관식 문제를 많이 내고 주관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채점도 조교한테 맡길 수 있다. 필자는 과목의 성격상 객관식 문제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채점을 조교한테 맡길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주관식 시험문제 문항을 줄일 수는 있었다. 20문항이었던 출제 문항을 5문항으로 줄였다. 많은 사람이 요리는 좋아하지만, 설거지는 싫어한다. 어떻게 설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식기 세척기를 돌리면 된다. 

 

두 번째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따분한 일들이지만 없앨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에는 최대한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일의 방법을 바꿔 보는 것이다.

 

필자의 제자가 어느 회사에 입사했는데 그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처음에는 이건 “인간 모독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을 한번 바꿔 보았다. “내가 새로운 화장실 청소법을 개발해 보리라.” 그는 화장실 청소에 대한 온갖 도구와 세제, 소독제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우수 직원으로 칭찬을 받게 되었다. 

 

필자도 출제 문항만 줄인 게 아니었다. 문제 유형 자체를 바꾸었다. 강의 내용을 외워서 쓰는 문제는 없애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천한 것, 본인의 회사에서 하고 있는 것 이런 것을 쓰게 했다. 그랬더니 답안이 흥미진진해졌다. 필자는 산업계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채점하는 도중에 학생들하고 통화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따분한 일일지 모르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인 일이 될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그 따분한 일을 핵심적인 업무로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일이 콜센터 일이다. 사실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선전을 하거나 고객들로부터 불평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는 콜센터 업무를 별도 회사로 분사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이 회사에서는 그 일이 본업이 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일로 바뀐다. 청소나 경비도 마찬가지고 총무 업무도 그런 일이 많다.

 

일이라는 것이 고정불변이 아니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지혜가 필요하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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