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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5]
조직문화, 회사를 위한 것인가? 직원을 위한 것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8/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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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가 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귀국한 1980년대 중반에는 우수기업 이야기가 인기였다. 이는 컨설팅 회사인 매켄지에서 일하던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이 우수기업을 연구하여 그들의 특징을 1982년 발표한 데서 촉발되었다. 그들은 기업 실적 자료를 통해, 성장성, 수익성 그리고 혁신성이 높은 기업을 산업별로 고루 추려 총 43개 기업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의 저서 In Search of Excellence(우수성을 찾아서)에 정리된 우수기업의 특성 8가지는 요약하면, “우수기업은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딱딱한 물리적인 자산이 아니라, 부드러운 정신적 자산이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전략이나 제도와 같은 지적 측면이 아니라, 인간관계나 자율성 같은 감성적 측면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우수기업의 이런 특성을 ‘기업문화’라 하기도 했고 ‘조직문화’라 부르기도 했다.

 

그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조직문화 열풍이 불었다. 필자도 1987년부터 쌍용그룹, 삼성그룹, 대우그룹, LG그룹, KT, POSCO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재정립하는 일을 했다. 

 

필자 같은 인사관리 전공자는 전공이 그러니까 그렇다 치지만, 연세대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던 송자 총장까지도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다니셨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공업화에서 정보화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두가 필요했고, 새로운 프레임이 요구되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였고, 기업에서는 조직문화였다.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 관료적인 조직 운영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바람이 인 것이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조직문화 혁명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이때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스러워졌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게 되었으며,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조직문화 대신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게 되었으며, 조직의 고유성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했고, 약한 변화보다는 강한 개혁을 주장했다.

 

그 후 외환위기는 극복되고, 산업은 안정되었으나 인심은 이미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기업은 더 이상 옛날의 일터가 아니었고, 조직원들은 옛날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조직과 조직원 간의 심리적 계약이 달라진 것이다. ‘평생직장’ 개념은 완전히 사라졌고, 각자도생이 일반화되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이제는 의리나 정이 중요한 공동체 논리가 아니라, 이해타산이 중요한 시장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사람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라 불리는 20대와 30대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고 자신이 어떻게 대우받는가 하는 데 대한 공정성에 매우 민감해졌다. 또 의견이 있거나 불만이 있으면 이들은 주저 없이 표현하고 행동했다. 

 

신세대의 등장은 한 세대만의 국한된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조직이라는 생활공간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2020년 초 등장한 코로나19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조직에 쓰나미가 되었다. 공간적인 제약과 시각적 통제가 무력화되었으며 조직은 더욱 개인화되고 말았다.

 

이럴 때 조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시 조직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조직문화는 “조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신과 행동양식”이다. 

 

지금과 같이 개인이 뿔뿔이 흩어지고, 세대 간에 인식 차이가 크며, 직종 간, 부서 간의 벽이 단단해질수록 함께할 정신, 함께 나눠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조직문화라는 용어를 쓰지만 그 접근은 1980년대와 2020년대가 완전히 달라야 한다. 과거에는 우수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서 조직문화가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조직을 위한 조직문화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조직문화여야 한다. 직장인들이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경험하며 이 직장에서 내가 성장하여 더 좋은 직장으로 가게 하는 그런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조직문화는 조직원들에게 매력적인 조직문화여야 한다. 회사를 위대하게 만드는 문화가 아니라 회사원을 위대하게 만드는 문화 말이다. 

 

요즘 직장인들은 조직문화 자체를 하나의 보상으로 생각한다. 좋은 직장 문화는 돈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신들에게 행복을 주고 미래를 담보한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문화는 그래서 좋은 인재를 끌어모은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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