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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Interview - 김영식 (주)진성엘앤피 대표]
홍천 촌놈의 뚝심과 열정으로 종이 박스 인생 30년
스티로폼 대체하는 ‘친환경 바이오패드 보냉박스’ 시장 개척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3/07/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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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신문

 

신선식품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 있다. 바로 스티로폼 박스이다. 스티로폼은 EPS(Expanded Polysrene)라고도 부르며, 폴리스티렌(PS) 수지에 펜탈 또는 부탄 등 탄화 수소 가스를 주입시킨 후 증기로 부풀린 발포 제품으로 체적의 98%가 공기이고, 나머지 2%가 수지인 소재이다. 98%를 차지하는 공기가 열을 차단해 단열 효과는 물론,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까지 해 제품 포장 용기부터 완충제, 택배 상자 등 다방면에 사용되고 있다

 

스티로폼은 부담없는 가격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내구성으로 인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환경 오염, 특히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지구 전체의 생존에 큰 골칫덩이로 폐해가 커 사용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스티로폼은 자연 분해 기간이 500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고, 유기물체와 화학 추가제를 사용하는 제조 과정에서도 유해한 물질들이 발생된다.

 

지난 7일 화성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비즈마켓에서 기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제품이 있었다. 진성엘앤피(대표 김영식)에서 선보인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친환경 바이오패드 보냉박스’였다. 친환경 재료로만 만들어져 친환경성을 확보하고도 보냉력까지 갖춘 쿨링박스S를 비롯해 쿨링박스 시리즈 내부의 바이오패드는 스티로폼(EPS)이 아닌 바이오 원료(전분)로 만든 친환경 전분발포시트로 배출 시 골판지와 바이오패드를 뜯지 않고 그대로 종이류에 배출해도 된다고 한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양감면에 위치한 진성엘앤피 회사로 김영식 대표를 찾아갔다. 우직하고 성실한 인상의 김 대표가 사무실에서 반가이 맞아 주었다.

 

김영식 대표는 종이 박스 회사에서 영업과 개발을 도맡아 일했었다. 고객사에서 “사장님 친척이세요?”라고 물을 정도로 일단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회사의 매출도 늘어나고 김 대표도 해외 전시회 등에도 갈 기회를 얻어 견문을 넓히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가 되어 29살이던 2003년 창업해 주로 전자 제품의 포장 박스를 개발, 생산해 왔다. 

 

제품 하나를 갖다 주면 악세사리까지 세트로 개발해서 주는 개발력과 한 번 약속한 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는 신용을 경쟁력으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생존해 왔다. 

 

홍천이 고향인 김 대표는 촌놈답게 손해를 보더라도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한 우직함으로 승부해 왔다.

 

 

▲     ©화성신문

 

 

마켓컬리 보냉박스 국내 첫 개발

 

김 대표가 보냉박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로부터 시작됐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부터 샛별배송의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을 친환경 종이로 변경했는데, 이 친환경 보냉박스를 김영식 대표가 국내 최초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많은 기업으로부터 보냉박스 개발 의뢰를 받아 여러 종류의 보냉박스를 개발 및 납품을 하면서 보냉박스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봄, 그동안의 보냉박스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바이오 보냉박스 쿨링박스를 개발해 7월에 특허 신청을 하고 시판에 들어갔다. 쿨링박스는 환경까지 고려한 친환경 보냉박스로 스티로폼(EPS) 박스와 대등한 보냉 성능을 구현한다. 재활용 원자재를 사용하고, 종이류 분리배출 대상으로 지정되는 등 친환경적이다. 발포 시에도 유해 화학 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공정과 오폐수, 폐기물 발생이 없는 무공해 청정 제조 공정을 사용한다.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보냉박스를 찾거나 고품격, 고품질의 포장용 보냉박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현재 고객들은 바이오업체, 백화점, 육가공업체, 신선식품업체, 새벽배송업체 등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최근에는 적은 수량의 보냉박스 제작을 의뢰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한다. 큰 이익이 남지 않아 귀찮을 수도 있지만 김 대표는 작은 수량의 요구라도 개발부터 제조까지 철저하게 대응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가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해 왔던 30년 경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씩이라도 납품 들어가는 업체가 많아졌다. 김 대표나 직원들에게 피곤한 일이나 덕분에 거래선도 많아졌고, 다양한 제품군도 가질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그룹 차원에서 “스티로폼을 배제한 포장지를 개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스티로폼 대체품을 찾아 ㈜진성엘앤피에 개발 의뢰해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보냉박스는 디테일이 생명

 

김 대표는 직장 생활까지 합쳐 30년간 포장 박스를 직접 개발해 왔다. 그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테일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30년 개발 노하우를 박스 개발에 반영해 안정화시킨 다음 직원들에게 차례로 넘겨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한 쪽 날개가 반대쪽 날개보다 긴 비대칭 박스를 보여주며 “물류 창고에서는 컨베어가 설치되어 있거나, 작업자가 자기 물건을 넣고 옆으로 밀어주는 방식 등으로 작업을 하는데, 박스 날개가 높으면 키 작은 작업자들은 작업하기가 매우 불편하죠. 한 쪽 날개를 짧게 만들어 키 작은 작업자들도 물건 집어넣기가 수월하도록 한 겁니다. 이런 것은 관심과 디테일함을 살펴보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겁니다”라며 디테일의 예를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저희는 고객의 물류 컨디션에 따라서 만들어 드리고 있어요. 퀵 서비스라면 12시에 배송하면 한 2~3시간 내로 갑니다. 그러면 굳이 바이오품을 하지 않고 깔끔하게 은지로 해드리고요. 보편적인 기준이 택배면 최소한 20시간에서 25시간 정도는 냉매를 보관하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여기에 맞게 바이오폼을 설계해 보냉박스를 제작합니다. 

 

스티로폼이든 바이오폼이든 당연히 냉매가 들어가 줘야 돼요. 동일하게 냉매를 집어넣고 동일한 용량의 스티로폼 용기랑 저희 보냉박스를  비교해 보면 물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거의 스티로폼이랑 비슷하든지 10~15% 정도 저희 제품이 잘 나옵니다” 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소량의 샘플 주문들에 대해서는 1만원의 샘플비를 받는다. 재료비와 택배비이다. 고객들은 이 샘플로 직접 제품을 담아 택배를 보내서 필드 테스트를 한다. 수정 사항이 있으면 또 의견을 나누고 샘플을 진행한다. 이렇게 직접 대면 없이도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대량 주문에 대해서는 별도로 동오리 공장에 대형 챔버를 구비해 정밀한 데이터 측정을 하면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사와 협업할 때 고객사의 불성실한 태도에 분개했다.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난 후 ‘이 샘플 보냉 성능이 어느 정도 나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냥 ‘잘 나와요’, ‘괜찮아요’라고 성의 없는 답변을 하기 일쑤였어요. 본인들이 디테일한 제품을 받기 원해서 협업했으면, ‘500g짜리 냉매 2개를 넣으니까 20시간까지는 18도 정도 유지하다가, 30시간이 넘으면 변합니다. 이 제품은 20시간 정도까지는 보냉이 유지되니까 택배 보내기는 아슬아슬해도 새벽 배송이나 당일 배송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택배로 보낼 것 같으면 냉매 500g 3개를 넣어서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세히 피드백해 주면 그 다음 대응할 때 많은 도움이 되지요. 

 

제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샘플에 대해 이렇게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고객들과는 아예 거래를 끊은 적도 있지요. 이런 고객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동오리에 대형 챔버를 구비해 직접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진성엘앤피는 두 곳의 공장에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5억원 정도로 이전 종이 박스만 진행했을 때보다 적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 매출 규모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보냉박스는 시작 단계이고, 스티로폼 대체품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유일하게 개발부터 제조까지 전체를 직접 진행하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좀 더 노력하면 매출은 크게 점프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지금 제대로 된 고객들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러 가는 도중에 여러 고객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은 샘플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른 박스 회사라면 ‘내측이 얼마 나오게 해 주세요. 안에 용기 갖다 주고, 두 개씩 들어가게 포장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등 귀찮아서 안 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즐거워요. 제 안에 그런 DNA가 있나 봐요”라며 낙천적인 전망을 한다.

 

 

 

바이오폼 원소재까지 영역 확장 계획

 

현재 친환경 바이오폼이 흰색 하나이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스티로폼으로 착각해 스티로폼으로 분리 배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내년 생산분부터는 천연 색소를 넣어 종이와 같은 컨셉으로 브라운 색깔로 바꿀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종이와 함께 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향후 바이오폼 원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영역까지 고려하고 있다. 친환경 보냉박스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재 55%~ 70%까지는 전분이고, 나머지는 PP로 되어 있는 원소재 바이오폼을 완전히 생분해 되도록 좀더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진정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꿈이 실현돼 한층 더 친환경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응원해 본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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