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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길호 한국양봉협회 화성시지부장]
42년 활동한 화성시 최초의 양봉인
전국 최고 품질 천연꿀 ‘햇살드리’ 브랜드 만들어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3/06/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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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신문

 

 

급속히 감소하는 꿀벌,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다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유엔(UN)이 밝힌 가운데,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 생태계 파괴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가 꿀벌을 포함한 곤충의 수분 활동에 의존해 생산되고 있다.

 

매년 벌 손실 조사를 해 온 비영리 단체인 BIP(Bee Informed Partnership)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년 동안에 미국 전국 평균 45.5%의 꿀벌이 사라졌다. 화성에서도 최근 70% 이상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한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벌집을 나선 어른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유충과 여왕벌만 남아 폐사하는 현상을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하는데, 세계 곳곳에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러한 ‘군집붕괴현상’은 살충제, 질병, 기생충,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나쁜 날씨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한다.

 

EU(유럽연합)에서는 농업과 환경 분야에 있어서 필수적인 양봉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해 2019년부터 3년간 EU 집행위원회의 지원금과 회원국에서 추가 지원금으로 양봉 농가에 2억4천만 유로(3320억원)를 지원했다. 또한 EU에서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부분적으로 금지했고, 2018년에는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성분의 살충제도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국내에서도  2022년 6월 8일 꿀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높이고, 양봉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① 밀원 확충 및 채밀 기간 확대, ② 병해충관리 강화 및 우수 품종 개발· 보급, ③ 사양관리 신기술 개발·보급 및 인력 육성 등을 통해 이상기후, 환경 변화에 대한 업계의 대응력 높이는 한편, ④ 전략 연구개발(R&D), 실증시험 등 6대 과제 연구와 시설 현대화, 수급 안정 및 수요 확대 등을 통해 농가 경영 안정과 산업 발전 기반을 확충하여 2026년까지 양봉 농가 소득 5천만원, 양봉산업 규모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 천연꿀 보증하는 화성 햇살드리 벌꿀

 

화성시에는 한국양봉협회 화성시지부 회원 기준 100여 양봉 농가가 15000통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화성시지부는 2000년 13명으로 발족해서 20여년만에 100여 농가로 발전해 왔다. 한국양봉협회 화성시지부에서 최근 12년간 지부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박길호 화진벌꿀 대표(74세)를 만나 화성시 양봉 농가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길호 대표는 3년 전 발행한 화성시보의 화성을 빛낸 사람들에 화성시 최초의 양봉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981년 지인의 소개로 화성에 꿀을 채취하러 왔다가 당시 화성에 많았던 축산농가에서 젖소를 키우기 위해 심었던 풍부한 옥수수, 맑은 공기, 다양한 밀원을 보고 반해 비봉과 남양 사이에 있는 염치고개에 자리를 잡게 됐고, 이게 화성시 양봉의 시초가 됐다. 박 지부장이 화성에 자리를 잡자 양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서서히 양봉농가가 늘어나게 됐다.

 

박길호 대표는 2011년부터 한국양봉협회 화성시지부장으로 양봉 농가를 위해 봉사해 왔다. 박 대표가 지부장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전국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화성시 농특산물 통합브랜드 ‘햇살드리’ 벌꿀이다. ‘햇살드리’ 벌꿀은 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연구소와 한국양봉농협으로부터 30여 가지의 검사를 받아 합격한 것만 검사원이 직접 방문하여 등급이 적힌 최종 라벨을 봉인한다.

 

 70% 이상 ‘설탕에 오염된 꿀(4계절 내내 설탕물로 양봉해서 얻은 꿀)’이 유통되는 국내 시장에 ‘햇살드리’ 벌꿀 마크를 단 화성의 벌꿀은 11월 말~5월 중순까지 5~6개월을 야외에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하는 100% 천연꿀이다. 뚜껑에는 QR Code가 있어 이를 찍으면 생산이력조회가 되고, 생산자 표시가 되어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박 대표는 양봉 농가들에게 “꿀벌은 너무나 착하고 열심히 사는 곤충이에요. 그런데 이걸 이용해서 가짜꿀, 불량꿀을 뜨는 건 하지 맙시다. 우리 화성에서는 천연꿀만을 뜨는 브랜드를 만듭시다.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해서 등급제를 해야 우리가 살 수 있어요”라고 설득했고, 현재 100% 실천되고 있다. 검사비가 들어가고, 불합격도 나오고, 검사 기간도 20일 정도 소요되다 보니 다른 지부에서는 시도가 어려워 지부장 모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제는 많은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철저한 품질 검사를 하니까 팔기가 쉬워졌어요. 검사하느라 20일 정도 걸려도 고객들이 기다려주고,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삽니다”라고 말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500g 15000원, 1kg 30000원, 2,4kg 60000원) 로컬푸드 외에는 대형 유통센터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연락해서 택배로 보내는 상황으로 적극적인 판로 개척도 필요해 보인다.

 

 

 

점점 고령화 되어 가는 양봉 농가

 

박 대표의 헌신적인 봉사에 많은 회원들이 계속 지부장을 맡아 달라고 하여, 12년째 지부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에게도 인기가 좋아 박 대표의 칠순 잔치를 회원들이 준비해 줬다고 자랑한다. 대부분의 양봉회원이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임을 고려해 멀리 갔다 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화진벌꿀 농원 내에 농축기, 화분떡 제조기를 갖추고 찾아오는 회원들에게 맞춰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아들 박영민 씨까지 불러내려 설비 가동, 컴퓨터 작업 등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일을 도와주고 있다.

 

화성시 곳곳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밀원수들이 잘려나가고, 물과 공기는 오염되고, 넓은 지역에 농사를 짓기 위해 농약을 항공 살포하는 등 꿀벌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으로 변하면서 꿀벌들의 개체수 감소로 인한 벌꿀 수확량 감소, 3년 전보다 60%나 오른 보조사료(설탕) 가격, 회원들 대부분이 65세 이상으로 점점 고령화되어 가지만, 양봉으로 가계를 이어받는 경우가 적어 앞날이 걱정스럽다. “우리 양봉 농가의 육칠십 프로가 칠십 대예요. 하도 힘들고, 생산비도 잘 안 나오고 하니까 지금 우리 젊은 친구들이 이걸 안 해요. 양봉 농가 보호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걱정했다.

 

박 대표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어요. 꿀벌은 꽃의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며, 꽃가루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꽃의 번식을 돕습니다. 꿀벌 감소는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인데 숲 가꾸기를 통한 탄소중립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2021년도에 서철모 前시장이 비봉면 청요리에서 밀원수 식재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국유림, 시유림, 공원 등에 헛개나무, 모감주나무, 아까시나무, 때죽나무, 밤나무 등 밀원수를 조생종, 만생종으로 나누어 식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라며 밀원수 식재를 강조했다.

 

또한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양봉농가를 지원해야 합니다. 지금도 시청 축산과와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지원을 해줘서 고맙게 느끼지만, 양봉농가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조사료비 지원금 증액, 양봉농가에 직불금 지금, 친환경 농약 사용 등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양봉농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양봉은 최고의 선물

 

박 대표는 “젊을 때는 양봉한다고 하면 은근히 사람을 무시했어요. 그런데 육십이 넘어가니까 여기는 은퇴라는 게 없잖아요. 그 이후에 친구들한테 부럽다고 전화가 옵디다. 직업 중에서 양봉 농가들이 장수 1위입니다. 그 이유가 허리 아플 때 맞는 벌침을 우리는 하루에 열 방, 이십 방씩 매일 맞죠. 또 이동 양봉하려면 공기 맑은 산속으로 다니잖아요. 그래서 이게 참 축복받은 거구나. 이 나이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건강하니 양봉은 축복받은 직업이구나”라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화성시의 환경이 좋아지고, 국유지, 시유지, 공원, 공장 부지 등 많은 장소에 밀원수를 체계적으로 심고, 관리하여 많은 꿀벌들이 함께하는 좋은 생태계가 유지되고, 여러 가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양봉 농가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젊은 양봉인들이 계속 이어지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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