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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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불리는 돌담
꽃들의 테두리인 울타리는
봄 아니면 여름이겠지
제주도에서 본 유채꽃은
넓은 돌담에 갇혀 피고 있었지
봄이라 불리는 돌담들은 너무 헐렁해서
그 노란 색깔들이 숭숭 새어나가고 있었지
튼튼한 그물 같은 돌담은
바닷바람이나 파랑주의보 같은 것들은 다 걸러내고
노란색만 들이고 또 내보내고 있었지
따뜻한 안쪽을 만들어 놓으면
봄을 넘는 바닷바람이 낮게 불어서 들어오지
허리를 굽히고 맞이해야 하는
키가 작은 봄,
봄꽃들이란 다 키가 작아서
뒤꿈치를 들고도 돌담을 넘지 못하지
아직 밭이 되지 못한 테두리 밖의 크고 작은 봄
옆으로 하나하나 돌을 드러내어 봄을 쌓고 둘레를 만들고
그 안에다 유채꽃 씨를 뿌렸을 사람은
아마도
노오란 봄의 성씨(姓氏)를 쓰고 있겠지
봄꽃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는 3월. 봄에는 유난히도 키 작은 노오란 꽃들이 많이 피어난다. 봄 산에 오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산수유, 특히 허리를 굽히고 맞이해야 하는 키 작은 수선화와 제주의 돌담 안에 갇혀서 피어있는 유채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갑자기 노오란 봄의 성씨를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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