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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Interview-권영우 (주)태성 대표이사]
‘남달리 경영’, 남과 다르게 해야만 살아남는다
직원들 믿고 모든 결재 위임, 한 달에 한 번 팀별 손익만 챙겨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2/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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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직원은 내 것처럼, 사장은 남의 것처럼’ 이란 독특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차별화된 경영을 하고 있는 ㈜태성의 권영우 대표이사를 찾아 정남산단에 위치한 ㈜태성을 방문했다. 국내 굴지의 회사들도 힘들어 하던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2010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직원은 내 것처럼, 사장은 남의 것처럼’이 무슨 뜻인지 묻자, 온화함 속에 굳센 결기가 느껴지는 권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눈치보지 않고 내 것처럼 마음대로 해봐야 자기 실력이 발휘되고, 실력이 쌓이더라고요. 물론 실수할 때도 있지만, 직원들 실수하는 거 가지고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직원은 내 것처럼’이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또, 사장이 회사를 내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해 버리면 회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요.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직원들하고 모든 걸 상의하고 협조해서 합의된 걸 가지고 한다는 뜻으로 ‘사장은 남의 것처럼’이라고 얘기하는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는 제 개인 재산과 회사 재산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지요”라고 설명한다.

 

㈜태성은 1992년 4월 설립, 국내에서 열교환기 관련 특허 48건을 보유한 냉동, 공조 분야 전문업체이다. 자동차 부품, 보일러 부품, 정수기 부품, 건축 자재 등 별도의 손익 결산을 하는 6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자동차 부품으로 시작해 열교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보일러, 정수기, 건설 자재 등으로 아이템 다변화를 진행했다. 2022년에는 직원 140명과 파트타임으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강소기업이다.

 

 

▲ (주)태성 본사 전경.  © 화성신문



 

고객사와 개발 단계부터 아이디어 제안

 

㈜태성은 고객사의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함께 개발해 나가는 스타일을 즐겨 하고 있다. 고객사에서도 ㈜태성이 개발 단계부터 합류하는 것을 반긴다. 핵심 직원들이 해당 분야 장인 수준의 기술력과 안목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권 대표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해외에서 진행되는 관련 전시회에 직원들을 자주 내보낸다.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도 참관토록 해 기술적 트랜드에 대한 안목을 키우도록 배려한다. 권 대표는 “가서 여러 가지를 보다 보면 그게 고객사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것이 열교환인데, 열교환이 아닌 기구나 시스템도 보고 와서 고객사에게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제언과 그와 연계한 열교환 관련 제안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사의 개발자들과 연계가 잘 되는 거죠. 전체적인 트렌드를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고 하니까 고객사들이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열교환기의 핵심은 적은 소비전력으로 빨리 찬 것을 뜨겁게 하거나, 뜨거운 것을 차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재질과 형상이다. 이에 대한 원천기술을 자동차의 열교환기에서 확보해 열교환이 필요한 보일러, 정수기, 건축 자재로 아이템을 확대해 나갔다.

 

정수기 관련 대기업 제품의 얼음을 얼리고 냉수를 만드는 열교환 핵심 모듈에는 ㈜태성의 모듈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얼음정수기의 핵심 기술인 EVAPORATOR의 국내 최초 개발, 국내 최대 생산량의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맞춤형 전용설비를 자체 제작해 다양한 SUB ASS'Y의 제조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건축 지재로 물 배관 시스템에서 펌프의 동작 시작이나 멈춤 시, 또는 에어벤트가 갑자기 닫혔을 때 자주 발생하는 워터해머 흡수기는 IMF 시절 국내 최초로 수입 대체품을 개발해 ㈜태성이 만드는 기술이 KS 규정이 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전기기사 면허를 소지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는 설비 자동화에 필요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램 제어 장치)를 잘 다루어 당시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의 후룸라이드를 비롯한 놀이 시설, 원천유원지의 놀이 시설, 이천의 OB 맥주 자동화 시설 등 다양한 제조 회사들과 자동화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제조업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제조업에 뛰어 들었다. 사업 초창기에는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해 두 다리 쭉 뻗고 한번 자보는 게 소원이었다. 이 시절 스타였던 가수 변진섭과 이때 활동하던 가수들을 아예 모르고 살 정도였다.

 

권 대표의 좌우명은 ‘나는 생각하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이 된다’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늘 열정적으로 살아 왔다. 열심히 사업에 몰두했지만 가장 큰 걱정은 돈이었다. 늘 자금 부족에 허덕였다. 현금 결제하는 회사가 그렇게 부러웠다. 어음 발행하고 그걸 막기 위해 며칠 전부터 머리 써가면서 돈 빌리고, 심지어 부모님 집 담보해서 돈을 빌리는 등 악순환이었다.

 

IMF 전에 만도에 히터 밸브를 거래하던 업체의 핵심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었는데, 이 업체가 부도가 났다. 당장 공급 업체가 필요했던 만도에서 먼저 찾아와 대기업과 거래가 시작됐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그리고 IMF 시절 건설 자재인 워터해머 흡수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외국산은 고가이기도 했지만 아예 구할 수조차 없었다. 당시 ㈜태성은 수입품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지만 수익률이 높은 가격으로 독점 공급했다. 

 

이 당시 ㈜태성이 만드는 기술이 KS 규정으로 될 정도였다. 권 대표가 일어서는 중요한 반전의 기회가 됐다.

▲ 얼음 증발기.  © 화성신문

▲ 워터해머 흡수기.  © 화성신문

 

 

 

무차입 경영’과 철저한 ‘위임 제도’ 실현

 

㈜태성에는 두 가지 커다란 정책이 있다. 첫째, ‘무차입 경영’이다. 회사가 빚을 지고 있으면 여러 가지 선택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 하고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권 대표가 생각해 낸 것이 ‘남달리 경영’이었다. 남하고 똑같이 하면 경쟁력이 없다. 어떻게 하든 남과 달리 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남달리 경영’을 통해 확보된 회사의 이익금은 최우선적으로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2010년 7월 이후부터는 무차입 경영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위임 제도’이다. 위임을 통해 사장 업무를 이사가 하고, 이사 업무를 부장이 하고, 부장 업무를 과장이 하고, 과장 업무를 주임이 하고, 주임 업무를 사원이 한다. 그래서 ㈜태성에는 모든 결재가 이사까지만 하면 끝이다. 권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각 팀별 손익만 확인하고, 급여 나가는 것만 결재한다. 나머지는 모두 위임했다. 무조건 믿고 맡긴다. 이렇게 신뢰를 통한 위임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까 장기근속 직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 위임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각 팀별 성과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고, 주기적으로 업무를 로테이션 시킨다. 로테이션을 하면서 처음에는 다른 부서에 자꾸 요청하던 것을 다른 부서에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개선하고 보수하면서 일을 해 나간다,

 

위임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비결에 대해 묻자 권 대표는, “우선 좋은 사람들을 써야 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우리 회사에 오랫동안 장기근속하고 잘 있게 하려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그걸 해 줘야 됩니다. 사장은 욕심 부리지 말고 사람을 믿어야 해요. 직원들이 실수한 것을 가지고 막 뭐라고 하면 반감만 살 뿐이예요. 그냥 두면 자기가 미안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요, 두 번 실수 안 하려고 그래요. 예전에 영국에 정수기 관련 모듈을 납품했는데 사소한 잘못으로 클레임이 걸려 몇 천만원 손해보고 거래도 끊긴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친구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몇 년 후 그 친구가 술 먹으면서 그때 시말서도 받지 않고 아무런 야단도 치지 않아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친구가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하더라고요. 실수도 많이 해요. 노력하지 않고 대충 하다 실수하면 막 야단치는데, 열심히 하다가 실수한 거는 뭐라고 하지 않아요”라며 경험을 얘기한다.

 

 

 

직원들의 즐거움이 삶의 보람인 권 대표 

 

권 대표는 병역 특례로 입사한 사원들 중 착실한 사원들은 수원과학대와 오산대학교 야간대학교에 보내 줬다. 근무시간을 배려하고 학자금을 회사에서 부담하며 인재를 키운 것이다.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았지만 이렇게 공부시킨 사원들이 거의 다 회사에 남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태성은 오산 시내와 세교동에 아파트를 여섯 채 준비해 신혼인 사원들의 사옥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입주했던 사원이 빠지면, 다른 사원이 들어가 사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년 한 채 정도씩 늘려나갈 생각이다. 사원들의 복지에 진심이 느껴진다.

 

살면서 제일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묻자 권 대표는 서슴없이 “직원들하고 이렇게 재밌게 사업하는 게 보람이죠. 직원들에게 뭐라도 해 주는 게 너무 좋아요. 직원들한테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걸 보람으로 여기죠. 저는 술을 먹든 안 먹든 직원들하고 한 약속은 꼭 지켜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나에게 술을 먹여놓고 약속 받아요. 20주년 때는 전 직원과 제주도를 갔고, 30주년 때는 코로나 때문에 팀장급들 하고만 갔어요. 직원들하고 소통이 되고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것들을 해 주면서 사는 게 보람이에요. 결국은 이런 것들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직원들이 잘 해주니까 내가 이렇게 하는 거지요”라며 다시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권 대표는 삶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취미에도 열정이 대단하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젊었을 때 즐겨했던 스킨스쿠버, 승마 등은 이제 접고 색소폰과 골프를 즐기고 있다. 2007년 12월 색소폰의 매력에 푹 빠진 권 대표를 비롯한 화성 지역 CEO 9명이 화성시 CEO 색소폰 동호회 ‘색동회’를 결성했다. 색동회에서는 군부대 위문 공연도 다닐 정도로 열심이었다. 집과 회사에 방음 장치를 한 음악실을 만들어 색소폰을 불었다. 그런 열정이 아들에게까지 전해져 아들이 공군 군악대에 들어가서 색소폰을 연주했다.

 

요즘 권 대표는 스마트팜에 푹 빠져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깨닫는 게 뭐냐 하면, 식물은  거짓말을 안 하고 내가 관리해 주는 만큼 식물들이 잘 커요. 내가 정성을 들여서 키우면 식물들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냥 예뻐 보이고 좋습니다. 식물들의 옆면을 치면 위로 자라고, 윗면을 잡아주면 옆으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내가 손질하면서 틀을 잡으면 그대로 잘 자라납니다”라며 자랑한다.

 

이제는 지금까지 함께해 왔던 직원들에게 맡기고, 본인을 위해서 즐기며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권 대표의 소망을 함께 기원해 본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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