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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Interview-성녀 루이제의 집 최 테클라 수녀]
가난하고 힘없는 할머니들이 바로 나의 주님
빈센트 성인·루이제 성녀 정신 실천 한 길
“가장 작은이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2/12/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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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테클라 수녀.  © 화성신문

 

정남면 문학1리 서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성녀 루이제의 집은 일생을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며 그들과 함께 지낸 빈센트 성인과 루이제 성녀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의지할 곳 없는 할머님들을 모시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무료 양로원으로 독일 파다본 성 빈센트 수녀회로부터 부지와 건축비를 기증 받아 조성하여 1992년 개원한 이래 30여 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양로원에는 32분의 할머니들이 계신다. 

 

이곳에서 사반세기 동안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할머니들을 돌보는 데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최 테클라 수녀를 찾았다. 활짝 웃음 띤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 주니 기자도 덩달아 마음이 환해진다. 

테클라 수녀는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50여 가구가 모여 살던 경북 청도군 각남면 일곡리, 일명 나실에서 3남 1녀의 둘째로 태어나 완고한 유교 문화의 전통을 체득하며 자랐다. 여자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명분으로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는 것도 막아 버스를 타려면 30분이나 걸어 나가야 할 정도였다. 세상 물정에 일찍 트인 아버지 덕분에 마을 여성 중 최초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줄곧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 주며 지냈다.

25살이 되던 어느 날, 문득 삶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가장 보람된 삶을 고민하다가 친한 친구의 소개로 찾은 성당의 성모상에서 엄마 같이 따뜻하고 살가운 느낌을 받았다. 세례를 받은 후 3년만에 수도원의 문을 두드렸다. 우연히 가톨릭 신문에 난 성빈센트병원 무료복지 의원 소식을 접하고, 의료 사도직에 호감이 가서 빈센트 수녀원을 찾은 것이다. 1층짜리 목재 건물이었던 수녀원을 들어가는데 굉장히 푸근하고 좋아 외갓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사반세기 동안 함께해 온 할머니들은 테클라 수녀에게 어떤 존재일까 물어 보았다. “할머니들이 건강할 때 오셨다가 늙고, 병들어서 누워 계시다가 하늘나라에 가시는데 우리 집이 정거장 역할을 하잖아요.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오 25,40)’라는 말씀이 있는데 저에게는 이렇게 가난하고 힘없는 할머니들이 바로 주님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할머니들이 치매에 걸리시면 순수한 애기 같아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완전한 어린이가 되는 모습. 인간적으로 보면 죽음이 허무하지만 하느님이 원하시는 그 모습으로 완전하게 보내드렸기 때문에 이런 과정들이 너무 보람이 있어요” 라고 답한다.

그러나 양로원을 운영하는 데는 국가 보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조금대로라면 한 달 난방비를 80만원 정도만 써야 하지만, 어르신들이 추우면 안 되니까 300만원 정도는 써야 한다. 이런 저런 쓰임새로 항상 운영비가 부족하다.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메꿔보지만 그래도 부족한 건 수녀원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일하면서 힘든 것보다 수녀원에 가서 도움을 청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데살로니카 전서 5,16-18)”라는 성경 구절을 굉장히 좋아하는 테클라 수녀는 금새 걱정을 털어버린다. 수녀원에 있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번 사시사철 수녀복만 입으면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무엇을 입을까 하는 걱정이 없어 서 좋다고 한다. 또, 돈 한푼 없이 어디를 가더라도 밥 한 끼 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이게 최고란다. 더군다나 빈센트 수녀원은 의료 사업을 하고 있어 몸이 아플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랑한다.


늘 봉사활동을 지속해 주는 봉사자들이 테클라 수녀에게는 큰 응원군이다. 성녀 루이제의 집에서는 딱히 해 주는 것이 없는데도 항상 시간을 쪼개어 기쁘게 봉사하고, 후원처도 알아봐 주고, 양로원에 일이 생기면 발벗고 나서고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든든한 우군이다. 

 

“내가 가지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더 큰 행복인데 세상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재능도 나누고, 웃음도 나누고, 행복도 나누고, 사실 재물도 나누면 너무 좋죠. 그런데 그 가난한 과부의 헌금처럼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더 잘 나누어요. 세상 사람들이 여러 가지 나눌 줄 아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맺는다.

성녀 루이제의 집에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홈페이지에 있는 계좌로 기부할 수도 있고, 재능 기부, 봉사 활동, 물품 기부 등 어떤 것이라도 환영이라고 한다. 

 

  © 화성신문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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