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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3]
미루는 버릇을 어떻게 고치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4/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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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온 인생 지침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모레로 미루는 사람이 많다. 천재 모차르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1787년 11월 3일, 체코 프라하에서 신작 오페라 '돈 조반니'의 초연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런데 아직 도입 부분이 완성되지 않았다. 관련자들이 모두 초조히 곡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모차르트는 종일 밖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부인이 밤새 옆에서 때려가며 잠을 쫓은 결과 결국 곡은 완성됐다. 하지만 악보를 복사하고 연습할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예정된 저녁 공연은 미뤄져야 했다.

 

신혼 초에 필자의 아내는 전화 거는 일을 자꾸 미루었다. 사람들에게 전화하는 일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미루고 또 미뤘다. 전화하기가 싫다는 것이다. 해야 하는 전화이고 또 본인이 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막판까지 미루다 할 수 없이 하는 수가 많았고, 그것도 놓쳐서 필자가 대신하는 때도 있었다. 필자 역시 미루고 미루는 일이 있었다. 책상 정리하는 일 그리고 쓰레기 버리는 일이었다. 그것도 자청해서 한다고 해 놓고 최대한 꾸물꾸물 미뤘다. 

 

미루는 사람도 미루고 싶어서 미루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미루게 되는 이 현상,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미루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일단 자책한다. “내가 또 미뤘구나. 이 버릇 고쳐야 해. 너는 그래서 안되는 거야.”하고 말이다. 그리고 좀 적극적인 사람은 시간 계획표를 잘 짠다. 미뤄서는 안 되는 그 일을 중심으로 언제 시작하고 언제까지 마무리하고 하는 디테일을 표시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미루는 버릇을 고치는 데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라고 한다. 

 

미루는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미루는 문제는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감정 관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루지 않고 일을 처리하면 이득이 된다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안다. 그래도 미루는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내재적인’ 부정적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일을 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 밑에 그 일을 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미세한, 더러는 미묘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것이다. 이 감정은 현존하는 지금의 감정이고, 일을 해냄으로써 생기는 이익은 실현되지 않은 나중 일이다. 지금의 문제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필자의 쓰레기 버리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남편인 필자가 쓰레기를 잘 버려주면, 아내가 좋아하고, 집안에 평화가 오고 모든 게 좋다. 하지만,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사람들 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그래서 잠시 미루면 그 생각은 점점 커지고 쓰레기 버리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이 감정을 이기지 못하면 미루는 버릇을 고치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필자는 이제는 다른 방법을 쓴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생각하지 않고’ 바로 쓰레기봉투나 재활용 통을 들고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권유하는 방법은 일반인들이 쓰는 방법의 반대이다. 일단 미루는 자신을 자책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책망하면 감정은 더욱 나빠지고 미루는 일은 더 길어지고 결국 악순환이 된다. 자책하는 대신 “그래, 쓰레기 버리는 일이 뭐 좋겠어. 네가 싫어하는 것은 당연해. 괜찮아. 기분 좋을 때 하자고.”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면 의지력이 높아지고 미루는 일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미루는 일을 없애려고 일하는 시간표를 열심히 짜지 말고 대신 노는 일 또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 시간표를 짜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루지 않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한 시간표가 도움이 되지만, 미루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표가 오히려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해야 할 일, 마감 시간만 잔뜩 기록된 시간표를 보면서 걱정만 하고 있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놀기도 잘한다. 노는 사이에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사이에 지겨운 일, 부담되는 일을 처리한다. ‘무계획 시간표’는 할 일에 대한 시간표를 짜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시간표를 짜는 것이다.

 

당신의 주변에 일을 자꾸 미루는 사람이 있는가? 그가 게으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가 시간 관리를 잘못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감정관리를 현명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야단치는 대신 감정을 수용해 보면 어떨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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