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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유지선, 시조집 ‘목화꽃 송이로 터지듯’ 출간
20여 년 삭인 첫 시조집, 천년의시조 1009번
2000년 ‘시조생활’로 등단, “시조문학에 큰 힘” 평가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2/02/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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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2000년 시조생활로 등단한 유지선 시인의 첫 시조집 목화꽃 송이로 터지듯이 천년의시조 1009번으로 출간됐다.

 

목화꽃 송이로 터지듯은 시조의 형식적 원리 안에서 시인 자신의 원체험을 재현하고 구현해 낸 아름다운 서정의 도록이다.

 

시인의 시조들은 시간의 기록이다. 시인은 객관적 실체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주관적 느낌으로서의 시간을 불러와 기억의 형식으로서의 시조를 써 나간다.

 

 

▲ 유지선 시인  © 화성신문


  

등단 20여 년 만에 첫 시집을 묶습니다

범람하는 책의 홍수 속에서

망설이다가

망설이다가

외롭고

아프고

지친 이들에게

잠시라도

순간이라도

위로가 되고

노래가 될 수 있다면

그런

작은 바람 하나 붙잡고

가만 펜을 놓습니다

 

시집 첫 머리에 올려놓은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오랜 세월 시집을 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그의 시조들을 세상 밖으로 내 몬 것이다.

 

시인의 시조는 사물과 언어 사이의 남다른 친화력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길어 올리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이는 존재 자체를 가능케 하는 현재적 힘의 원천이자 언어가 구체적 형성을 얻게 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요컨대 시인은 서정적 충일함을 바탕으로 자연 사물에 의탁하여 서정적 동일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 낸다.

 

얼핏 보면 그냥저냥 피는 것 같지만

저 하늘 별들의 눈길이 머문 자리

푸른 밤

운석이 되어

영원을 사는 너

 

얼핏 보면 지천으로 피는 것 같아도

울 언니 미소처럼 울 언니 눈물처럼

오로지

한 사랑 위해

단 한 번 피는 꽃

― 「전문

 

시인의 시조는 서정시가 본래 가지는 영원성이나 근원성에 대한 탐구 의지에 지속적으로 근접해 나가며, 그러한 근원성을 자연 사물의 속성과 흔적을 통해 탐색한다는 점에서 시간예술로서의 위상을 드러낸다.

 

시인의 시조는 또 삶의 보편적 원리에 대한 형상적 성찰 작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오래된 자신만의 기억을 선택하고 미학적으로 배치하는 행위를 통해 존재론적 기원을 기록하는 고뇌의 결과물이다.

 

 

▲ 시조 ‘기원’  © 화성신문

 

▲ 시조 ‘값’  © 화성신문

 

▲ 시조 ‘명패’  © 화성신문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유지선 시인의 시집에 대해 한편으로는 언어를 앞질러 가고 한편으로는 언어를 되돌리려는 욕망을 보이는 것도 그녀의 시조가 수행하는 이러한 기록 의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유지선의 시조는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섬세하고도 심미적인 탐색 과정을 보여 주는 상상적 기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라고 평했다.

 

추천사를 쓴 박덕규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이 첫 작품집에 이르기까지, 너무 더딘 행보구나 지레짐작해 왔는데, 이제 진면목을 본다. 그간 못생긴 항아리인 줄 안 사람이 있었다면 큰 오산! 그 안에 이처럼 주홍빛 감이 삭고’(손금) 있었던 것이다. 이게 세월만 쌓인다고 될 게 아니다. 현대시조는 양적으로는 부흥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으나 수확을 풍성하게 내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사이 실하지 않은 알을 캐는 소출 관행도 보태졌다. 이제 유지선이 현대적 감각과 인식 안에서 단아하고 굳건하게 가꾸어 온 시조의 적확한 얼굴을 모아 내놓으니 신선하기 그지없다. 시조 문학에도 큰 힘 되겠다라고 평했다.

 

시인의 시조는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기록해 나가는 한편 반성적 사유와 비상의 의지를 동시에 발화함으로써 우리에게 투명하고 신성한 사물들과 만나는 시간 경험을 선사한다.

 

아울러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흔적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 그 이면에 잠들어 있는 기억의 심층을 찾아냄으로써, 자신이 겪어 온 상처와 통증의 굴곡을 재현함으로써 그 안에 흐르고 있는 희망과 신성한 힘에 대해 노래한다.

 

1962년 화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화성지부 10대 지부장, 화성문화원 14·15대 부원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 목화꽃 송이로 터지듯5부에 걸쳐 60개의 시조를 담았다.

 

변형국판/ 100/ 2022128일 출간/ 10,000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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