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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 칼럼]엄마의 웃는 얼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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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그녀는 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엄마로서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아들을 향해 엄마의 심정을 모두 전할 수 없어 답답하다. 그녀는 현재 남편을 피해 도망 나와 아들과 함께 숨어지내고 있다. 

 

신혼 초부터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살아 왔다. 남편은 대화가 많지 않은 사람이다. 남편은 평소에 조용히 있다가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조용하고 말이 없어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또한 그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남편은 유독 그녀를 향해서는 자신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을 때 심각한 폭력을 가한다. 그야말로 말은 별로 없다. 그냥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폭력은 주먹에서 시작하여 칼을 드는 일들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남편은 갓난아이인 아들이 보는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칼을 들고 그녀를 위협하곤 했다. 이에 그녀는 ‘남편이니까’ ‘아내인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했을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잘하면 남편이 좋아질거야’ ‘아이를 생각해야지, 아이에게는 아빠가 있는 가정이 우선이야’ ‘이혼하고 아빠와 헤어져 엄마와 살면 아이는 엄마를 원망할거야. 그러니까 아이를 위해 가정을 유지해야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일 수 있잖아.’ ‘남편은 평소에 말이 없을 때는 좋은 사람이잖아. 화가 났을 때만 무서운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화가 났을 때만 내가 참으면 돼. 그러니까 맞아주고, 참아내고, 남편한테 잘못했다고 빌자. 그러면 이 순간이 지나가잖아.’ 등 그녀는 심각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결혼 초부터 몇 십 년을 남편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이것이 아들을 위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붙들며,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오랜 기간 심신에 피투성이로 살아왔다. 

 

이처럼 그녀가 갖고 있는 스스로를 향한 생각들과 왜곡된 신념이 자신의 삶에 뿌리로 들어와 삶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을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들이 폭력과 폭언으로 친구들을 다치게 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한다. 그날 또한 남편이 그녀를 향해 폭언과 폭력으로 그녀를 다치게 했다. 

 

그녀는 아들의 상태가 남편을 너무나 닮은 것 같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리고 남편이 폭력을 가할 때 경찰에 신고했다. 결혼 생활 십여 년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이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을 죽일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도망쳐 나왔다. 그녀의 왜곡된 신념이 꿈틀거리며 아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아빠로부터 도망쳐 나온 엄마를 원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슬프지 않고 웃는 얼굴이여서 좋아요. 엄마! 아프지 말고 웃는 얼굴 많이 보여 주세요.” 이 말을 하는 아들은 웃으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붙들고 참 많이 울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은 엄마가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은 엄마의 웃는 얼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에게는 아빠의 자리라는 구색을 갖춘 가정이 아니라 엄마의 웃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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