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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80]
독일 메르켈 총리가 보여준 실용주의 리더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0/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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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16년의 집권 끝에 정치무대에서 퇴장했다. 2005년 11월 총리가 될 때까지만 해도 그가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16년이나 재임하는 총리가 되었으며 독일 국민의 박수와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정치지도자가 되었다.

 

그녀는 일단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다. 독일과 같이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나라에서도 여성이 총리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최연소 총리이기도 하고 또 최장수 총리이기도 하다. 최장수는 헬무트 콜과 동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선거에서 패배하여 총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스스로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물러나는 최초 총리이다. 또 독일의 재통일 후 첫 동독출신 총리라는 사실이다. 기록 하나하나가 대단한 것인데 이런 것을 다섯 개나 가진, 말하자면 오관왕 총리가 메르켈이다.

 

그녀는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목사인 아버지가 목회활동을 하기 위해 동독으로 이주를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동독에서 살았다. 라이프치히 대학(동독지역 소재)에서 물리학 석사를 하고, 베를린 과학아카데미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목회자 집안에서 생활한 그녀는 공산주의 동독의 정책을 찬동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동독 정권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유독일청년회에서 일찌감치 일을 했다. 

 

그러던 메르켈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1989년 독일 통일이 되고 난 후다. 메르켈은 보수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에 참여하였다. 1990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헬무트 콜 총리 정부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을 맡았고, 그 후 환경부 장관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기민당에 금전적 스캔들이 발생하고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어 메르켈이 ‘어쩌다’ 당수가 되었다. 2005년 선거에서 기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하였으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시회민주당(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여 메르켈이 총리가 되었다. 그 후에도 기민당의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는 못했다. 그때마다 메르켈은 연정을 통해 총리직을 유지해갈 수밖에 없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메르켈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수많은 대형사건과 위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9년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어렵사리 구축한 유로존을 지켜내야 했으며, 2015년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대량난민 문제를 대처해야 했고,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발생한 정치적 문제에도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국내적으로는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 원전 폐지 문제 등과도 맞서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까지 말이다. 이러한 모든 일에 있어서 메르켈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을 도모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당사자들과 대화하고 협상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나갔다. 때로는 서두르기도 하고 때로는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독자적으로 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합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러한 메르켈의 행보를 언론에서는 ‘실용주의’라고 불렀다.

 

그렇다.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실용주의 리더십(Pragmatic Leadership)’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용주의 리더십에 반대되는 리더십을 ‘이상주의 리더십(Idealist Leadership)’이라 한다. 이상주의 리더는 큰 그림에서 시작한다. 이상적인 가치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톱다운 접근이다. 이에 비해 실용주의 리더는 현실의 당면한 문제 하나하나를 해결해나가면서 전진해나가는 스타일이다. 이는 바텀업 방식인 것이다. 이상주의적 방식이 멋있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용두사미가 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에 실용주의 방식은 하나하나는 해결되는 것 같은데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어떤 시대는 이상적 리더가 더 필요로 하고 또 어떤 시대는 실용적 리더를 더 욕구한다. 그러나 사실 모든 리더는 이 두 성향을 모두 지녀야 한다. 리더는 이상적이며 실용적이고, 실용적이며 이상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메르켈 총리는 실용적인 리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그가 내세운 이상은 무엇일까? 첫째는 통일과 통합정신이다. 독일 통일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통합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대표적인 예 아닌가. 둘째는 철저한 인본주의가 그것이다. 독일과 같이 중동의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나라가 없다. 메르켈식 이상주의가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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