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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5]경영 수업 받는 후계자가 피해야 할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8/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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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해충 방제 회사 세스코는 쥐박사라고 알려진 전순표씨에 의해 창업된 회사다. 그 회사가 오늘날의 세스코로 발전한 뒤에는 현재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그의 둘째 아들 전찬혁 씨의 공로가 크다. 전찬혁 씨는 대학을 마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아버지 회사에서 잠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회사는 그가 생각했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말하자면, 너무 형편없는 회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유학도 포기하고 회사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오너 아들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그냥 현장에서 남들과 똑같이 일을 했다. 호텔과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방충 작업을 했다. 그러기를 4년. 그 후 그는 관리 부장이 되어 회사를 정비하는 일을 했다. 그는 현장 근무를 하면서 노트 필기를 많이 해두었다. 그의 노트 필기는 처음 동료 사원에 대한 욕설로 시작이 되었다. 자신의 신분을 모르는 직원들이 선배랍시고 자신에게 막말을 하고, 괴롭힘을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트에다 화풀이 말을 적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개선 거리, 희망 사항, 이런 것을 적어 나갔다.

 

전찬혁 씨가 4년 동안 현장 근무 하면서 적은 아이디어가 회사를 개혁하는 기초가 되었다. 전우방제주식회사라는 이름도 영어로 세스코(CESCO)로 바꾸고, 사원 제복도 만들고, 매뉴얼도 제작하고, 교육도 시키고, TV광고도 했다. 사원들 간에 욕설도 없애고 칭찬 문화도 조성했다. 그리하여 과거와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된 것이다. 사원들이 달라지니 고객들도 달라졌다, 세스코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홈페이지의 질의 응답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회사 서버가 마비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화성신문 지난 호 리더십 인사이드 칼럼에서는 후계자 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자신의 복제판으로 만들지 마라, 불합리한 특권을 주지 마라, 새로운 시도를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마라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를 읽은 독자들이 그럼, 입장을 바꾸어서 경영 수업을 받는 2세들이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를 질문 해 왔다. 경영수업을 받는 2세가 피해야 할 것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부모의 재산을 물려 받는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경영2세 친구들은 흔히 그런 이야기 한다. “그 회사 너 거 아냐?” “너는 벌써 큰 빌딩 하나 가지고 있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 이 재산이 모두 내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경영 후계자는 재산이 아니라 일을 물려받는 사람이다. 돈이 아니라, 사업을 그리고 경영을 그리고 창업자의 경영 철학과 사업 노하우를 물려받는 것이고, 선대가 이루지 못한 꿈과 비전을 이어받는 것이다.

 

흔히 부자 3대 못 간다고 한다. 재산을 불리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 신용도 쌓기는 어려워도 망가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가시적인 자산은 오래갈 수가 없다. 문제는 보이지 않고, 숨어있는 신용과 역량과 문화를 어떻게 이어 받고 또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경영 수업을 받는 후계자가 피해야 할 둘째는 무엇인가? 멋있는 일만 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경영은 기획을 하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의사 결정을 하고 고객 접대를 하고 이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경영자는 멋진 사무실에서 고급 자동차를 타고 해외 여행이나 하는 그런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이 노동과 유리되고 사무만 본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으로 경영을 배우려 하는 자는 일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회사의 가치가 생산되는 본질에 들어가서 땀을 흘리고 고민하고 그리고 거기서부터 밖을 보고 미래를 보아야 한다. 노동을 모르고 경영을 할 수가 없고, 노동을 경시하고 경영을 발전시킬 수 없다.

 

셋째는 자신과 편한 사람과만 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 인지상정으로 사람들은 편한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그들과만 소통하고 그들과만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경영2세가 그런 경향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그 주변에는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 아첨꾼들만 모이게 된다. 그의 대인관계가 좁아지고 왜곡되고, 그리고 진정한 인재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경영 수업을 받는 자는 일부러 연고가 없는 사람도 사귀어야 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소통을 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선 일부러 동창이나 친구는 멀리 해야 하고, 측근만 편애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산을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경영을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창업가와 멋진 후계자가 있는 세스코가 부럽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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