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여성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한 것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업무상 호출이라고 불러 성추행했다고 한다. “말은 더듬지만 양심은 더듬지 않는다”고 말했던 오 시장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오 시장은 왜 그런 행위를 한 것일까.
2018년 ‘미투 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 문화예술, 체육, 종교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자신의 이름이 터져 나올까 조마조마 했던 사람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일반인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인데 왜 그런 몹쓸 짓들을 하는 것일까.
오만(傲慢)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태도나 행동 따위가 방자하고 건방지다는 의미다. 사람이 힘이 없거나 조직에서의 지위가 낮으면 결코 오만해질 수 없다. 오만은 힘이 있고, 지위가 높을 때 사용가능한 단어다. 오거돈 시장이나 안희정 전 지사는 힘이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자칫 정신 줄을 놓으면 오만과 급속히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정신 줄을 놓은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부터 오만하게 태어났거나.
권력형 성추문은 오만한 태도에서 발생한다. 힘이 있고, 지위가 높을 때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입법부를 장악했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 시도의원, 기초 시군구 의원 대다수도 ‘파란 물결’이었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오만해지기 딱 쉬운 시절이다. 온 나라를 장악한 잔치 분위기니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성시도 온통 파란 물결이다. 시장도 파란색, 국회의원 세 명도 파란색이다. 경기도의원 화성 6개 선거구도 모두 파란색, 시의원도 대다수가 파란색이다. 화성시 관내 기관·단체장 상당수도 파란색 성향이다. 거침없이 파란색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언행을 조심해야 할 때다. 화성시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매의 눈으로 오만한 태도를 가려낼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 여당은 지혜롭게도 ‘겸손 모드’를 취했다. 그 겸손 모드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화성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할 때다. 힘 있고 지위 높은 사람들이 코로나 정국이 끝나자마자 해야 할 가장 급선무가 성인지 교육장에 앉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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