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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말문’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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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어머니가 이웃에 놀러갔다 왔을 때 아버지는 대청마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대문입구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향하여 뛰어갔다. 아버지는 마당에 늘려있는 낫을 들고 뛰었다.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밖으로 튀어나 갔다.

 

아이는 여덟 살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위험한 그 장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아이는 낫을 들고 어머니를 쫓는 아버지 뒤를 따라 뛰어갔다. 아버지를 실질적으로 말릴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를 붙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 뒤를 쫓아 달렸다. 

 

다행히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논두렁 한가운데에서 아버지는 낫을 들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자신 뒤에 아들이 놀라서 울려고 하는 것을 보고 씩씩거렸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이상했다. 

 

아들은 순간 위험을 직감하고 뒤로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나 좀 살려주세요.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 해요.’ 정신없이 뛰었다. 중얼거리며 엄마를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뛰고 또 뛰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한참을 뛰었을 때,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봤을 때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그때야 아버지로부터 목숨이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보았다. ‘살았구나! 살았구나!’를 연신 중얼거리다가 엄마가 걱정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또 다시 집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하였다. 집에 도착했을 때 집 마당에 동네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아이는 무서움을 직감하였다. 사람들을 비집고 들여다보았다. 마당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본 이후 아이는 말문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 세상과도 말문을 닫아버렸다.

 

부모는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부부싸움을 아이들에게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다. 아이는 부모를 바라보면서 세상을 향한 세계관으로 형성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를 향한 경험은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의 경험이 된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할 경우 부모를 향한 마음의 문과 연결되어 있다. 자녀가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면 부모의 부부관계 그리고 부모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무엇을 보여주며 살아갈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에게 세계관을 형성시키는데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기에 자녀의 말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성인이 되었을 때는 스스로 세상을 향한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 성인은 자신의 세계관을 무조건 부모와 연결시킬 수만은 없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새롭게 또는 더 넓게 형성해 나가도록 노력하면 된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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