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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부메랑으로 돌아온 배설물’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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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아내는 내게 사람들 앞에서 입조심하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이 무식하여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한다. 나는 내 목소리가 그다지 나쁘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부끄럽거나 남 앞에서 말하면 안될 정도로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를 들어섰을 때 앞집 아주머니가 우리 부부 앞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갑자 기 내 앞을 가로질러 재빨리 아주머니 앞으로 걸어갔다. 아내는 아주머니와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떨 어진 곳에서 아내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와 있는 아내를 보고 내가 물었다. 왜 갑자기 먼저 뛰어가듯 집에 들어갔냐고 하였을 때 아내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얼버무리다가 아이에게 말을 걸며 딴짓을 하였다.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주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열 살짜리 딸이 영어를 내게 질문하였다. 나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대충 말하였다. 그때 아내가 내게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아이를 가르칠 자격이 없으니 앞으로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아내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아내는 나를 노려보면서 사실인데 왜 화를 내냐고 하였다. 또한 내가 상처받아 도 할 말이 없는 무식한 사람이며, 사람들 앞에 나를 소개시키지 못하는 것은 남편이 무식해서 부끄럽다고 하였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아내에게 내가 무엇이 부끄럽냐고 하였더니 아내는 말하기를 꺼려하였다. 나는 결코 화를 내지 않을테니 말해달라고 하였다. 아내는 나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하였다. 남편이 결혼해서 지금까지 집에서도, 사람들이 있는 밖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아내인 자신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함부로 했다는 것이다. 마치 당연하고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듯이 아내를 향해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남편의 배설물을 받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한테 배설을 하면 안되는데 나는 당연하게 아내에게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어서 마음 속으로 남편은 무식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되뇌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남편이 바뀌지 않았고, 아내 또한 마음 속으로 남편을 무시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내는 남편을 진짜 무식한 사람이고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왜곡된 가치관에는 남편은 아내를 무시해도 괜찮고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아내의 입장이나 심정에는 전혀 무관심하였다. 남편인 내 자신만 중요하고 나를 위해 아내가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내의 부메랑과 같은 배설물을 당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자신이 당연히 옳다고 믿고 있었다는것을 많은 지식들이 협소하고 무지하며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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