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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나무인형’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1/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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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아이가 동생을 무자비하게 때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동생은 자지러지게 울면서 엄마인 내게 뛰어온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화가 나서 큰아이에게 소리를 쳤다. 동생을 왜 그토록 심하게 때렸냐고 물었더니 아이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냥 때렸다는 것이다. 그냥 동생을 왜 때렸냐고 했더니 자신의 물건을 동생이 만져서 때렸다는 것이다. 아이의 얼굴을 보았더니 표정이 없었고 목소리도 건조했다. 마치 아무 감정이 없는 나무인형 같았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큰아이의 담임선생님이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을 때린다는 것이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온 아이에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학교가기 싫다고 한다.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학교생활이 재미없다고 한다. 그리고 공부도 하기 싫고 자기와 같이 놀아줄 친구도 없다는 것이다.


이제 초등 저학년인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관찰해 보았다. 늘 혼자 노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한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다. 가만히 앉아 무엇인가 만지고 있는 모습도 무표정하다. 살아있는 사람 같지 않다. 아이가 오랫동안 무표정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아이의 무표정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있다. 바로 나다.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 감정은 무디어졌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심한 폭력을 가했던 사람이었다. 성인이 된 후 한동안 아버지를 보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결혼할 때 잠깐 아버지를 보았고 나의 결혼 축의금 모두를 가지고 떠나셨다. 그 다음 아버지와 왕래가 없었다. 그러다가 몇 달이 되지 않아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의 심정은 복잡하였고 감정을 무디게 해야만 살 수 있었다. 그때 나의 모습이 지금 내 아이에게 보인다.


아이를 출생한 후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나는 아이를 무섭게 때렸다. 마치 아버지가 나에게 가했던 것처럼, 아이는 내게 매달리며 울었는데 나는 매정하게 뿌리쳤다. 얼마 되지 않아 아이는 말이 없는 아이가 되었고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그 후 나는 아이를 그다지 때릴 일이 없어 잊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를 입학한 뒤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내게 당한 폭력성을 친구들에게 그대로 드러냈다. 나의 어린 시절, 그토록 싫었던 아버지가 있었듯이 내 아이는 그 가슴속에 폭력적인 엄마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지금부터 내가 이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시작하고자 한다. 우선 복잡한 감정과 무딘 감정을 꺼내어 아파해도 괜찮고, 화가 나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다고 알아주고 허용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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