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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심리칼럼] ‘마시던 커피’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0/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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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그녀는 내게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내밀면서 함께 마시자고 하였다. 나는 먼저 위생적인 것이 걱정이 되어 주춤하였다. 그녀는 또 다시 내게 어서 마시라고 재촉을 하였다. 이전에 좋았던 분위기가 무거워질까 걱정이 되어 알았다며 그녀가 마시던 컵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내게 건넨 커피잔을 그대로 들고 있었다. 

 

그녀는 또 내게 어서 마시라고 재촉을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알았다고 했지만 차마 마시지 않았다. 그녀는 마시지 않고 왜 들고만 있느냐고 하였다.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나는 입안에 들어가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일방적인 요구는 공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나는 결국 생리적인 현상을 핑계로 그 커피잔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모두 부어버리고 나왔다. 그리고 마치 내가 다 마시고 온 것처럼 테이블에 그 컵을 내려놓았다. 

 

내가 화장실에 커피를 붓고 왔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는지 또는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나는 그녀가 마시다 건네준 커피를 도저히 마실 수 없었고 그것을 강요하는 그녀가 몹시 싫었다. 

 

나는 이러한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나 자신의 심 정을 분석하여 이해하고 싶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조금 융통성 없고 미숙한 부분일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내 자신만의 지도이고 나는 이를 타인에 의해 훼손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가 확고하게 지키고 싶은 것은 내 입을 통해서 내 몸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내 마음 편한대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먹을 것을 내 그릇에 부어주면서 그 사람 앞에서 먹기를 강요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고 싫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내게 그러한 것을 요구하는 순간 사고가 경직되며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몹시 불쾌하다.

 

돌아보면 나는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내 입에 들어오는 것만큼은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유일하게 내가 고집하여 내 색깔을 유지하려고 했던 나의 자존심이다. 이러한 나의 자존심은 결국 내가 지금까지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고유성을 생생하게 지켜준 나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나의 독특성과 창의성을 유지시켜준 것은 나의 자존심이고 이는 바로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힘을 실어준 나만의 의지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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