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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8/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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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가 다정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추었다. 공기도 멈추고 내 심장도 순간 공중에 산산이 부서진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두 눈에는 세상의 모든 물들이 모인 듯 눈물이 주룩주룩 뺨을 타고 흘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볼까봐 부끄러워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였다. 하지만 친구와 친구어머니가 잡은 두 손이 내 시선에 멈춰진 상태로 나는 아주 먼 과거의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그곳에는 아주 어린시절 내 어머니의 고함소리와 아버지의 손에 들린 채찍소리가 있었고, 그것은 내 온몸과 마음을 찢어놓고 있었다. 내 어머니는 나를 발로 밟으면서 ‘지 애비 닮아 꼴보기 싫은 놈’이라며 소리치고 엎드려있는 나의 등을 마구 밟았다. 아버지는 ‘지 애미 닮은 놈, 죽어 죽어’라며 서로 번갈아 가며 자신들의 부부싸움에 비겁하게 나를 통해 자신들의 화풀이를 하였다. 

 

부모님은 자신들의 부부싸움이 있을 때마다 폭력과 폭언속에 나를 끌어들였고 나는 고스란히 두 사람의 전쟁에 노출되어 피투성이가 되었다. 부모님은 나를 허리띠로 때리고, 칼로 위협하고, 옷을 벗긴 후 추운 겨울 밖으로 내쫓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부모들은 모두 무서운 사람들인 줄 알았다. 

 

두 분은 내가 학교를 다닐 무렵 같은 날 어떤 이유로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 나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부모님과 반대로 건강한 삶을 살고자 폭력과 폭언을 멀리하려 노력하였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하였다. 오랜기간 꾸준히 상담도 받아왔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계속 유지하며 살아왔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오십이 넘은 지금 우연히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가 다정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거의 내 자신의 상처를 회상하였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과정을 잘 겪어왔기에 내  감정에 솔직히 눈물을 흘릴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회복할 수 있어 좋다. 여태껏 잘 살아온 내가 대견하다. 그래서 나에게 충분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오늘은 어릴 때 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만화방을 가볼 예정이다. 내일은 나를 위해 내가 좋아했지만 갖지 못했던 운동화를 사주어야겠다. 그리고 나를 위해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어줄 것이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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