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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맨’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7/3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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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허리춤이 헐렁한지 벨트를 살피고 또 살핀다. 와 이셔츠 단추가 제대로 잠겼는지 그리고 위치는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거울을 보고 확인하고 내 눈으로 내 몸 단장을 고개숙여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거울을 보며 벨트와 단추 잠금을 다시 점검한 후 출근한다. 

 

회사에서 동료가 내게 다가와 나의 패션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말이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싫다. 또 다른 동료는 자신이 집에서 가져온 음료수를 내게 건네며 함께 마시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동료가 자신이 무엇인가 베푸는 사람인 것처럼 흉내 내는 것 같아서 싫다. 나는 누군가가 특별히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불편하다. 

 

회의 중 다른 팀 소속의 후배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나는 그것이 거슬린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강하게 우리팀의 아이디어를 소리 높여 다시 주장해 본다. 왜냐면 그들이 우리 팀의 의견을 반대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팀의 동료는 그 후배의 의견에 박수를 보낸다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팀의 아이디어가 아닌 그 후배가 소속된 아이디어가 더 실용성과 활용도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모두들 기뻐하며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기쁘지 않다. 왜냐면 무조건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의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이 마치 그가 나를 지배하고 그로부터 패배한 것만 같고, 소리쳐 외치는 내 목소리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것 같아 화가난다.

 

나는 언제나 표정이 굳어있고 심각하다. 웃는 모습은 내게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별명이 ‘진지맨’이다. 나는 이러한 진지맨의 별명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에야 이러한 나의 모습과 연결된 별명이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동네형에게 성폭행을 당해 멈춰버린 나의 시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다. 나는 그 형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 더 진지해야했고, 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해야만 했으며, 더 똑똑해서 그 형을 이겨야만 내 몸을 그리고 울부짖는 내 목소리를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나치게 어느 한 순간에 멈춰선 듯 우리의 삶을 방해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것은 과거의 상처와 관련되어 있을 수가 있다. 이러한 상처를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멈춰진 그 순간에서 빠져나오게 될 뿐만 아니라 치유되고 성장하여 순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상처는 때로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보물이기도 하기에 상처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상처를 알아주고 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멈춰있는 곳에서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보물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혹독한 폭염이나 눈보라 없이 지나간 세월이 없듯 상처없이 지나간 인생 또한 없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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