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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호자는 여덟 살 아들인 저예요!”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12. 02)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12/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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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걱정돼 학교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시간이 지루하고 선생님 말씀이 집중 되지 않아 자꾸 지적을 받고, 쉬는 시간 친구들이 재미있게 공기놀이를 하는데 나는 아무 재미가 없다. 이 시간 엄마는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는데,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 기절하면 어쩌지! 엄마의 보호자는 여덟 살 아들인 내가 돼야 한다. 왜냐면 엄마는 약하니까. 엄마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 올 때마다 “아유 힘들어 죽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엄마를 걱정했다.

엄마하고 아빠는 사이가 좋다. 하지만 내가 엄마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 동생이 엄마를 더 좋아하니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 동생은 엄마 따라가고 나는 아빠 따라 갈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가 여덟 살이지만 다섯 살 때쯤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싸울 때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엄마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엄마는 동생보다 나한테 짜증을 자주 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불안하고 슬펐다. 혹시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나를 버리고 동생만 데려 가고 나는 아빠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의 보호자가 되기로 했다. 그래야 엄마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절대 엄마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 엄마가 아무리 나한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야단을 듣기만 하고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혹시나 내가 엄마가 무섭고 싫다고 하면 엄마는 나 때문에 이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와 살고 싶다. 그래서 엄마를 늘 걱정하면서 엄마의 눈치를 보는 것이 엄마로부터 버림받지 않는 방법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위험을 경험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 순간은 아이에게 상처로 남아있고, 그 상처로부터 자신의 생존방법을 찾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펼쳐나가기보다는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부모에게 맞추는 삶을 살게 된다. 이때 아이는 타율적이고 의존적으로 삶의 에너지를 쏟게 된다.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생존하기 위해 타인에게 에너지를 맞추는 삶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삶으로 이어진다. 진정으로 내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고 나를 찾아가는 삶에는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초등시절 정상발달 단계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습활동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을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데,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정신에너지를 어머니에게 쏟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인정받기위해 착한 아들로 그리고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다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 아이의 삶은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그 나이에 맞는 정상발달단계에서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분리되고 학교라는 사회생활에 또 다른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성장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기에 경험해야하는 정서와 사고 그리고 행동에 장애가 올수도 있다.

내 집이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라는 인상을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어버이는 훌륭한 부모다. 어린이가 자기 집을 따뜻한 곳으로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모의 잘못이며, 부모로서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이다. - 워싱턴 어빙 -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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