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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아들의 심정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4. 7)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04/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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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버지의 습관적인 외도로 인하여 어린 딸인 나에게 당신의 스트레스를 모두 풀었다. 어머니는 항상 어린 나한테 ‘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벌며 혼자 힘들게 살아야한다. 너만 아니었다면 나도 좋은 남자 만나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를 버리지 않고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을 네가 알고는 있어라.’라는 어머니의 푸념을 들으면서 나는 ‘나를 버리지 않은 어머니는 훌륭하다. 어머니가 아무리 나에게 힘들게 해도 나는 참아야한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어머니는 나를 버리지 않고 나와 함께 살아주는 사람이다’라는 왜곡된 신념을 형성하며 살아왔다.

어머니는 이웃집을 다니면서 외판업을 하셨다. 피곤에 지쳐 돌아오신 어머니는 몸이 아프다며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고, 때로는 아버지 흉을 보시면서 나에게 화를 내셨고 폭언을 쏟아 부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꾹 참고 어머니 다리를 더 정성스럽게 주물러야했다. 그때 나는 ‘엄마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버리면 안돼요. 내가 다리 잘 주물러드릴게요’라는 심정으로 어머니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때로는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밥을 하라고 시키기도 하고, 집안 청소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며 폭력과 폭언을 일삼기도 하셨다. 그때 나는 마치 내가 어머니의 오물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인이 된 후 결혼을 하였다.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대형사고를 쳤다. 친구들과 싸우다가 크게 다쳤다. 아들을 보러 병원으로 달려가 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나 놀랐다. 아들은 내 얼굴을 보고는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개를 돌리고 누웠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괜찮냐고 몇 번을 물었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왜면한 채 전혀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조차 불편하다는 표정을 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면서 비난하고 통제하였었다. 그러다가 아들이 힘들다고 하면서 울면, 어머니는 아들에게 ‘나는 너보다 더 힘들게 살았었어. 나는 외할머니보다 덜 힘들게 하였고, 네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까지 나는 너에게 제공하는 사람이야. 외할머니는 내가 공부하는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았었어. 그러니 너는 불평할 자격이 없어. 너는 내가 힘든 환경에서도 참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 너는 이 정도는 참고 이길 수 있을거야.’라면서 아들의 마음을 읽어주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아들을 통제하고 조정하면서 살아왔다.

아들은 어머니가 아니다. 아들이 갖고 있는 고유성에 부모는 민감하게 귀를 귀울여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잘 참았으니까 아들도 당연히 참고 견딜 수 있다’라는 왜곡된 생각으로 아들의 심정을 외면하고 살아왔다. 이에 아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음을 경험하였고, 이에 자신이 힘이 생기는 시점에서 거꾸로 어머니를 외면하고 싶은 심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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