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 물장수 새벽 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 맡에 찬 물을 솨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사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사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김동환, ‘북청 물장수’전문 이 시는 수도 사정이 좋지 않던 당시 서울에 와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른 새벽이면 물을 길어다 주고 그 품삯을 받아 자식을 대학까지 보낸 입지적인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북청물장사’의 삶을 내면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새벽이면 물을 퍼붓고 가는 물장사의 발자국 소리에서 ‘가슴 디디’는 아픔을 느낍니다. 새벽부터 생계를 위해 물을 길어다 주는 지게꾼의 아픔을, 그 고단한 현실적 삶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라든지 ‘물에 젖은 꿈이’에서는 물장사의 행위를 통해 일종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존재로 본다면 물장수야말로 ‘물에 젖은 꿈’이라서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맘때 생계를 위해 헌신한 가장들과 이 시 한 편 나눠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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