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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0]아랫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시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5/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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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S 팀장은 동기와 비교해 좀 일찍 승진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보다 근속 연수가 많은 T 씨를 부하로 두게 되었다. 그런데 P 씨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계속 승진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P 씨는 노골적으로 S 팀장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다. 자신이 팀장인 것처럼 후배 팀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가 하면, 팀장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팀원들과 회식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S 팀장은 이런 P 씨의 행동을 보고 끙끙 앓고 있었다. 누구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인데다가, 잘못하여 둘이 다투기라도 하면, 자신이 리더십이 없는 사람으로 사내에서 찍힐 것 같아 두려웠다.

 

M 팀장은 좀 다른 문제로 고민스럽다. 팀장으로 새로 일을 맡았는데 워낙 팀이 커버하고 있는 영역이 넓어서 팀원들의 일을 자신이 깊이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팀원들이 잘 협조해 주어 별문제가 없는데 유독 한 직원이 M 팀장의 무지를 은근히 꼬집고, 더러는 팀장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무슨 일을 진행하라고 하면,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라고 한다. “왜 이렇게 되느냐?”고 물어 보면, 직접 알아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팀장으로서는 ‘속 터질’ 일이다. 성질 같아서는 그 직원에게 야단을 치고 싶은데 그랬다간 퇴사한다고 사표를 들고 올지 모른다.

 

언제나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요즘은 상사 눈치 보는 것보다 부하 눈치 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근기법 제76조의 2)를 말하고 있다. 사실상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부하들이 상사를 따돌리고, 부하들이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상사인 처지에 법적으로 처리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부모가 버릇없는 아이를 다룰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근본적으로 아이를 다룰 때와 팀원을 다룰 때가 다를 게 없다. 어떤 경우든지 이 원칙이 지켜지면 된다. ‘단호하면서도 친절하게’ 또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말이다. 

 

일단 팀 내에 엄격한 규율을 만들어야 한다. 팀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팀장이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정하는 게 좋다. 그러나 팀원들이 다소 꺼릴지라도 팀장이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그 룰을 지키도록 부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룰 속에는 회의 진행을 어떻게 한다든지 업무 절차는 어떻게 한다든지, 부서 운영비는 어떻게 쓴다든지 하는 것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예외적인 일이 생길 때는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의 결정을 따르게 하며, 팀원끼리 회식을 하더라도 팀장의 허락 없이는 법인카드를 쓸 수 없게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만들어 두면, 아무리 선임 사원이라고 하더라도 팀원들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팀장을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부서 운영비로 회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위반 사례가 생기면 규칙의 존재를 알리고 정식으로 주의를 줄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팀 운영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을 팀장부터 솔선수범하여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단호함만으로 팀을 다스릴 수는 없다. 친절함도 함께 있어야 한다. 서로 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공동체 의식을 나누는 활동이 병행하여야 한다. 우선 팀원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팀장이 새로 부임했을 때는 팀을 바꾸는 노력을 하기 이전에 기존에 하는 것의 좋은 점, 잘했던 점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이 서로 다른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을 때는 그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자랑할 기회를 주고, 서로 격려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은 맞다. 그런데 잘 보인다고 해서 아래 사람의 비위만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호하면서도 친절하게, 원칙적이면서도 인간적으로 리더가 할 일을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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