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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김명철 시인, 화성작가회의 회장 “시인은 생명 표현하고 사랑 퍼뜨리는 존재”
다운증후군 ‘천사’ 아들 위해 동화 지어주고 싶어 작가 지망
교수 “동화 말고 시 쓰세요” 권유, 아들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화성작가회의 회원 늘어나면 경기남부작가회의 만들 계획도
올해 세 번째 시집 포함 책 세 권 출간, “시는 인간 본질 다뤄야”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2/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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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철 시인이 자신의 시창작연구소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 화성신문

 

  

시인의 마음은 따뜻했다. 눈물도 많았다. 세 시간 남짓의 대화 중에도 몇 차례나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어느 지점 언저리에만 가면 습관처럼 눈물샘이 작동하는 듯했다. 마치 물이 100에 도달하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게 당연하듯이.

 

사람은 누구에게나 가시가 있기 마련이다. 가시는 생애동안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할 자신만의 멍에다. 시인 김명철에게 그 가시는 아들이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 나이 서른둘의 아들을 시인은 천사라고 부른다. 천사와 함께 살아서 너무 행복하기에 눈물이 많은가 보다. 시인의 웃음소리는 유쾌하다. 크고도 맑다. 그런데 웃음소리를 손으로 짜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날씨가 꽤 쌀쌀하던 지난 5일 오후 시인을 만났다. 가톨릭 신자인 시인은 아들 이름을 바울로 지었다고 했다. 신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첫 아들을 하늘에 계신 그 분에게 바치고 싶었다고 했다.

 

아들은 커피 만들기를 좋아했다. 아빠엄마에게 커피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어서다. 결국 아들은 우여곡절 끝에 바리스타가 됐고, 카페 사장님이 됐다. 아들은 사장님이 되는 걸 좋아했다. 비록 지난 8년 동안 18,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까먹었지만. 올해부터는 위치를 바꿔 손커피연구소라는 상호를 단 카페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아이 마음 동화로 쓰고 싶었어요

 

시인은 서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82학번. 독일로 유학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들이 태어났다. 운명의 물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숱한 번민 끝에 마주친 아들의 눈빛. 시인의 눈에는 그렇게 슬프게 보일 수가 없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불면의 밤들을 통해 시인은 사명을 깨달았다. 장애를 가진 아들은 그렇게 천사가 됐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들 같은 천사들을 보듬는 복지시설을 만들고 싶었지만 자신의 경제력으로는 불가능함을 절실히 느꼈다.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저잖아요. 동화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쓴 동화가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명철 시인이 아들 바울 군과 산책길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찍은 사진.     © 화성신문

 

 

나이 마흔 살. 아들에게 동화를 지어주고 싶었던 아들 바보시인은 수학능력시험을 쳤다. 장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03학번. ‘공부를 너무 좋아한다는 시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교 1등으로 입학했다. 스무 살 아래 동기들과 똑같이 공부했다. 동화를 제출하면 반응이 시큰둥한 교수들이 시인이 쓴 시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 교수들은 동화 대신 시를 써보라고 강권했다. 시인은 졸업할 때도 전교 1등이었다.

 

시인은 답답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는데도 등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출신의 어느 교수가 고려대에서 공부할 것을 추천했다. 고려대 대학원 05학번이 됐다. 대학원 2학년인 2006년도에 등단했다. 동화작가가 아닌 시인이 됐다. 내친 김에 2010년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박사 과정 때도 장학금을 계속 받았다. 석사 마치고 나서는 장안대에서, 박사 마치고 나서는 고려대와 숙명여대, 가천대 등에서 강의했다.

 

시인은 4편의 시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은 등단 대표작이다. 당시 실천문학으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시 스무 편을 내야 했다. 열아홉 편은 완성했는데 나머지 한 편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 애를 먹다 제출 마감시간에 맞춰 후다닥 10분 만에 쓴 시가 이다. 공교롭게도 그 틈이 등단 대표작이 된 것이다.

 

/ 빈틈없는 생활/ 방심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틈엔가 당신에게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틈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당신은/ 저항하다 마침내 붙들리고 만다/ 그 틈으로 당신의 절반이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당신은 마지막 일전을 치를 수도 투항할 수도 없다/ 틈은 처음에 은밀하게 찾아와서 그러나 나중에는/ 당신을 완벽하게 장악한다//

 

의 후반부다. 틈을 비롯한 58편의 시를 모아 첫 시집 짧게, 카운터펀치’(2010, 창비)를 펴냈다. 둘째 시집은 바람의 기원’(2015, 실천문학사)이다. 시인은 에 애착을 갖는다. 지금 읽어봐도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리라.

 

내일은 이런 일이 있고, 내년에는 저런 일이 생길거야. 사람들은 이렇게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의도했던 삶의 방식과 예측에 끊임없이 틈이 생깁니다. 제 삶도 예외일 수는 없지요. 전혀 엉뚱한 곳에서 구멍이 났어요. 그 작은 하나의 구멍으로 인해 예상하고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일주일 전에 지금 이 4층짜리 상가 건물을 구입한 것도 전혀 예상 못했었던 일입니다. 이건 제 인생에서 엄청난 일이거든요. 카페 사장님이 되는 걸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고민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대출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임대료 부담 없이 아들에게 카페를 만들어 줄 수 있고, 저에게도 저만의 집필 공간이 생겼어요. 틈이라는 게 참 묘하지요.”

 

 

▲ 김명철 시인의 시집들. 왼쪽이 첫 시집 ‘짧게, 카운터펀치’, 오른쪽이 두 번째 시집 ‘바람의 기원’. 올해 세 권의 책이 잇달아 출간될 예정이다.     © 화성신문

 

 

화성시 숨은 이야기 발굴, 작품 만들고 싶어

 

시인의 박사 논문은 시 창작 연구에 관한 것이다. 세 가지 경향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세 명의 시인들이 창작을 어떻게 했는지를 연구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결과를 모형화했다. 세 명의 시인은 서정시를 대표하는 서정주, 참여시를 추구하는 김수영, 언어의 예술성을 강조하는 김춘수다.

 

시인은 3월에 현대시 감상과 창작이라는 책을 펴낸다. 시 창작법과 감상법 연구서다. 최근에 쓴 평론도 포함돼 있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시인이 존경하는 백석(白石, 1912~1996, 본명 백기행) 시인을 기리는 청소년 소설 시인 백석’(가칭)3월에 출간한다. 부제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7월경에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나온다. 올해 세 권의 책이 나오는 셈이다.

 

시인은 화성작가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전국적인 규모의 문인 단체가 셋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한국작가회의 소속이다. 나머지 둘은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다. 화성작가회의는 지난해 814명의 시인이 모여 발족됐다.

 

7, 8년 전부터 화성 중심 문인단체 결성에 대한 소망은 있었지만 추진 동력 부족으로 아쉬움 속에서 세월만 보내던 터였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손택수 관장이 문인들을 규합해 화성작가회의 마당을 펼쳤고, 시인에게 회장 자리를 제안했다.

 

한국작가회의는 모든 장르가 다 들어 있어요. , 소설, 평론, 아동문학, 수필. 진보적인 성향이 강해요. 정치색이 강한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려는 작가들의 모임이죠. 현재 15명의 문인이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내부 결속력 강화를 위해 회원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올해는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회원 자격은 일단 등단한 문인이어야 해요. 그리고 시 다섯 편 정도를 통해 시인으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기존 회원들의 만장일치 찬성을 받아야 하고요. 지난 1월 총회 때 인근 지역에 있는 문인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어요. 올해는 회원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친목단체를 넘어 의미 있는 활동들을 펼쳐나갈 겁니다.”

 

남양읍 한적한 곳에 살고 있는 시인은 화성시의 제암리와 매향리, 당성, 염전, 어촌 등 역사성이 있는 지역의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화성작가회의 회원들이 각자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그 지역의 역사, 전설, 민담, 설화를 듣고, , 소설, 수필 등을 써서 책으로 펴내겠다는 구상이다. 문인과 구술한 주민의 이름이 같이 실리는 합작품이 되는 셈이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말한 것이 시로, 소설로 표현되고, 또 책으로 나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울까요. 화성시가 풍요로운 문학 도시가 되는 겁니다. 인근 지역 문인들이 합류해 회원수가 50명 정도로 늘어나면 경기남부작가회의를 만들고 싶어요. 그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해내면 또 얼마나 풍요로운 문학의 나라가 되겠어요.”

 

 

▲ 김명철 시인의 아들 바울 군. 커피 만들기를 좋아하는 바리스타다.     © 화성신문

 

 

그들만의 리그되는 것 경계해야

 

시인은 시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으로 생명을 꼽았다. 생명의 소중함을 표현하는 것, 그 표현을 통해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뜨리는 것이 시의 존재 이유라고 부연했다. 모든 문학의 결론은 사랑이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그 사랑을 통해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통해 사랑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다. 아래는 시인의 시 나선형 사랑의 구도도입부다. 시인은 시에서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비의 날갯짓이 허리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허리케인이 나비를 낳는 것이다/ 가을 끄트머리에 떨어진 나비의 날개에는/ 허리케인의 무늬가 유전되고 있다/

 

저에게 시는 활력입니다. 혈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를 풍요롭게 해주는 장치라고나 할까요. 예술에는 예술을 위한 예술, 인간을 위한 예술이 있어요. 저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반대합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간에 모든 예술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합니다.”

 

시인은 현대시의 기류에 우려를 표했다. 시의 자율성, 언어의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너무 난해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우니 일반인들이 시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결국 시인이 걱정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이었다.

 

시라고 하는 예술, 시문학이라고 하는 장르를 보통사람들, 일반 사람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끼리 놀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공유를 하고 공감대를 얻어야죠. 사람으로 태어나서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픔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즐거움도 있지만. 슬픈 일들이 훨씬 더 많아요. 시를 통해서 슬픈 일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 정말 아름답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자꾸 우리끼리만 놀아. 이건 재미없어요.”

 

 

▲ 기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시집에 사인하고 있는 김명철 시인.     © 화성신문

 

 

시인을 만나기 일주일 전 본의 아니게 건물주가 된 시인은 건물 3층에 시창작연구소를 열었다. 아들이 운영하는 손커피연구소에 커피 마시러 왔다가, 시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시 쓰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현대시들이 너무 일상성에 매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이고, 가벼워요. 가벼우면서도 난해해요. 시가 반드시 무게 있고, 의미심장하고, 고도화된 정신세계가 철학적으로 표출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깊게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예를 들어 탁자 위에 놓인 이 컵보다 내가 대단한 존재인가를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죠.”

 

아들 바보’, ‘부자(父子)일심동체시인은 전원주택인 집 주변 200평 땅에 과수원 농사를 짓는다. 사과, , 포도, 대추, , 복분자, 머루, 다래. 종류별로 두 그루씩 심었다. 시인은 주전부리 농사라고 했다. 시가 시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듯, 주전부리 농사도 세상과 통하고 싶은 시인의 몸짓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는 기자에게 시인이 말했다.

 

사람이 나이 들어서 친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어요. 기자님 시와 제 시를 바꿔가면서 읽어보면 어떨까요. 공감대가 형성되면 어느 날 갑자기 한 방에 가까워질 수도 있거든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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