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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5] 경주중앙시장을 변화시킨 리더십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0/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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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경주에 있는 경주중앙시장은 2016년 야시장을 열었다. 장날에 노점이 들어서던 공간에 야시장을 열고, 27개 포차를 입점시켰다. 야시장은 시작하자마자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고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낮에 경주의 유적지를 관광하던 관광객들이 야간에는 갈 데가 마땅하지 않았는데, 이들에게 이 야시장은 또 하나의 볼거리, 먹거리 장소가 된 것이다. 가운데 통로에는 테이블이 있고 좌우에 즐비한 포차에서는 한국음식 뿐만이 아니라 트렌디한 퓨전음식도 제공한다. 

 

방문객을 놀라게 하는 것 중 또 하나가 ‘빅4 상품권’이다.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맛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1만5천원, 2만원을 지출하게 되는데 이 ‘빅4 상품권’을 사면, 1만원만 내고 4개 음식을 맛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깜찍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야시장 덕분에 중앙시장 방문객과 매출액이 많이 늘었다. 2015년 일일 평균 방문객이 5,200명이었는데 이듬해는 5,400명, 그 다음 해는 5,700명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6,100명으로 불어났다. 시장 전체의 연간 매출액도 2015년 260억 원에서, 다음 해 280억 원, 그 다음 해 295억 원, 그리고 2018년에는 319억 원이 되었다.

 

그런데 경주중앙시장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이 야시장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시장은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경주중앙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0년 경주중앙시장은 부도위기에 처해 있었다.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700여 상인들이 모조리 길거리로 나서야 할 판이었다. 한 10년 동안 경주중앙시장은 살기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노력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경주중앙시장 상인회 업무를 죽 해오던 정동식씨는 2011년 회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전통시장도 선진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또 시설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고객선이라 불리는 노란선부터 제대로 지키는 운동을 벌였다. 상인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자꾸 밖으로 내어 놓다보니 고객들이 다니는 통로가 점거되고 질서가 없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노란선을 그리고 이 선을 지키자고 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또 관행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정 회장은 이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정 회장이 추진한 것은 통합점포 운영이다. 시장 안에 음식점이 많은데 서로 경합만 벌일 것이 아니라, 공동 작전을 펴게 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음식점이 여러 개 있다고 하더라도 한군데에서 매표를 하고 돈 관리도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식당 상인들을 설득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어 하나의 회사로 운영하게 했다. 구매, 생산, 마케팅, 관리를 통합했다. 이익은 공동 분배다. 물론 새로운 아케이드도 만들고 시설을 현대화했다. 이렇게 하여 전국 최초의 전통시장 내 협동조합이 2013년 문을 연 것이다. 

 

정 회장은 또한 상인들을 위해 소공인시장진흥공단에 의뢰하여 ‘상인대학’을 운영했다. 약 3개월간 매주 화, 목요일 2시간씩 전문 강사를 초빙해 40시간의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고객만족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와 세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이 교육에서 주로 다루어진다. 매년 실시되는 이 상인대학을 수강하는 숫자는 80명에서 100명에 이른다.

 

이러한 모든 변화가 정동식 회장의 리더십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정 회장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서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 쪽 가게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강구하고 있다. 그런 상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 당장의 자기 욕심을 접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게 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동식 회장은 1995년부터 상인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상인회를 위해 일을 했고, 자신을 희생해 왔던 것이다. 사심 없이 모두를 위해 일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신뢰가 상인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변화가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이르기를,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서지 않는다(無信不立). 큰 국가건 작은 시장이건 신뢰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을 이기적인 존재로 만들 것인가 이타적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도 리더의 신뢰에 달려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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