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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0] 나는 잘 해주는데 왜 부하들은 불평일까?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9/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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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M부장은 배려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직원들이 직장에서 무리를 하지 않게 하고 불편해 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해결해 주려한다. 부하들에게 야근을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주말근무는 생각도 못 하게 한다. 회의 때도 항상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또 작은 사안이라도 직원들의 생각을 물어서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상사인 상무로부터 질책을 받고 나서 엄청 충격을 받았고, ‘직장을 그만 둘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M부장이 직원들의 상사 리더십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은 것이다. 상무가 슬쩍 보여 주는데 리더십 평가서에는 자신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비판이 잔뜩 적혀 있었다. M부장이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자신의 라이벌인 H부장보다 자신의 평가 점수가 더 나쁘다는 것이다. M부장은 H부장을 정말 싫어한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매사가 지시적이고, 일도 엄청 많이 시킨다. 문제가 있으면 H부장이지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화살이 자신에게 겨누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M부장은 생각했다. ‘아마 내가 직원들에게 편하게 대해주다 보니 이런 저런 불만을 썼을 거야. H부장 밑에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지만 두려워서 아무것도 쓰지 못 했을 거야.’ 하지만 망가진 자존심을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M부장뿐만이 아니다. 자신은 참 잘해 준다고 생각하는데 뜻밖에도 부하들은 불만인 경우가 많이 있다. 왜 그럴까?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잘해 준다’는 것이 혹시 부하가 아니라 상사의 관점에서 잘해 주는 것이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C사장은 명절 선물로 좀 특이한 것을 해준다고 비싼 갈치를 사서 직원들에게 줬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직원들이 처음 본 것이라고 반색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뒤로는 투덜대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생선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잘 모르는 직원이 많았고 또 안다고 하더라도 귀찮아했던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좋은 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회의도 그렇다. 민주적인 회의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회의 때마다 의견을 내고 토의하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직원들이 그만한 수준이 안 되거나 준비가 안 되었을 때는 민주적인 회의가 직원들 시각에서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시각에서 잘해 주는 것은 배려가 아닌 것이다.

 

둘째는 ‘잘해 준다’는 것이 의사결정을 질질 끌고, 일의 진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 중학교에 교장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 그 분은 참 부드럽고 좋은 분이었다. 항상 선생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함께 의논도 많이 했다. 교장실의 소파도 라운드 테이블로 바꾸었고, 커피머신까지 갖추고선 찾아오는 사람을 접대했다. 독재적인 전임 교장선생님에 질려있던 교직원들은 대환영이었다. 

 

그런데 새 교장 선생님에 대한 인기도 잠시였다. 그 교장 선생님은 대화는 즐기는데 결정이 없는 것이었다. 행정적인 문제도 그렇고 교육적인 문제도 그렇고 이 교장 선생님은 계속적으로 의견 수렴만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 하는 것이었다. 교장실로 커피를 마시러 오라 하는데 가면은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것은 좋은데 너무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결국 교직원들은 교장 선생님을 피하게 되었고, 교장 선생님의 미소를 다소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셋째는 ‘잘해 준다’는 것이 너무 온정적으로 흘러 조직의 기강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S부장은 너무 사람이 좋다. 누가 좀 지각을 해도 그냥 넘어가고, 사정이 있어 좀 일찍 퇴근한다고 해도 허락하고, 업무 일정이 좀 넘어가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 시간 지키고, 집안 일이 있어도 참고 회사 일에 몰입하고 또 죽어라 밤새서 마감시간 지키는 사람들은 S부장을 되게 싫어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교수에게 수업을 좀 일찍 마쳐 달라 요구하고, 휴강도 하자고 한다. 심지어는 시험도 치지 말고 숙제도 줄여 달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주면 결국 강의평가는 좋지가 않다. 잘해 주는 것이 단지 편하게 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균형이다, 아니 인간관계 자체가 균형 게임이다. 나의 시각과 상대의 시각 간에 균형이 있어야 하고, 경청과 결정 간에 균형이 있어야 하고, 온정과 원칙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 잘해 주지만, 거기에 원칙이 없고, 진전이 없고, 진정한 배려가 없으면 그것은 잘해 주는 것이 아니다. 함께 망가지는 것일 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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