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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華城農民)칼럼 12]농어업회의소의 필요성과 과제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11/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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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장 / 농업경제학박사     ©화성신문

농어업회의소는 농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농정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지역농정 거버넌스’이다. 즉, 농어업회의소는 지자체와 함께 지역농정의 방향설정과 현안 등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역할과 함께 지역에 있는 여러 농민단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창구 역할을 한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 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피에르(Jon Pierre)와 피터스(B. Guy Peters)는 “정책 결정에 있어 정부 주도의 통제와 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인 행위자로 협의와 합의 과정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나가는 사회적 통치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민주화와 분권화는 거버넌스 등장의 주요 배경이다. 정치적 민주화와 행정적 분권화가 진전됨으로써 중앙정부 차원의 일방적인 통치와 관리, 획일적인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정보화·세계화·지방화 등으로 인해 국가가 다뤄야 할 문제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정 거버넌스는 1980년대 말 이후 본격화됐다. 1967년 농업정책심의회, 1988년 양곡유통위원회에 민간인이 참여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각종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정 거버넌스가 생겼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정부 공식기구인 대통령 자문 ‘농어촌발전위원회’가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됐고, 그중 30%가 농민단체 대표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농정은 중앙집권적 추진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집권적 추진체계는 중앙정부가 필요한 재정을 확보한 후 개별 사업별로 정책을 설계하여 지원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유럽과 일본 등 다수의 농업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에 상공회의소에 준하는 농업계 자치조직으로 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하였는데, 우리보다 68~95년 앞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실현하였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공회의소법은 1952년에 제정되었다. 농어업회의소는 대륙모델(공법+의무 가입제), 영미모델(사법+선택 가입제), 혼합모델(공법+선택 가입제)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농업계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처럼 대륙모델의 공법(公法)에 의한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농어업회의소는 국가와 지자체의 행정업무를 위탁하여 공공기능을 수행하는데, 주로 지도사업, 직업교육, 조사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이하게 일본은 국가사무인 농지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정수입은 국가 및 지자체의 보조금과 사업수입, 회비수입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어업회의소 설립운동은 1998년 ‘한국농업회의소 설립운동’을 계기로 본격화하였으나 당시 설립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실패로부터 도출된 교훈에서 출발하여 그로부터 10년 동안 수많은 연구 및 논의가 진행되었다. 한국형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개념 정립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역에서 중앙으로 설립되는 상향식 설립방식, 전국 동시설립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는 단계적 설립방식, 전국 동일 여건이 아니라 지역 여건과 역량에 맞는 사업추진 방식이 2011년도의 제1차 시범사업 및 2012년도 제2차 시범사업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적용·검증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보면 3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진행되고 있으며, 도단위 농어업회의소는 충청남도와 제주특별자치도 두 곳이다. 

 

화성시 농어업회의소 추진경과를 보면 2016년 7월에 농식품부 제5차 농어업회의소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고, 2017년 7월에 농어업회의소 설립 추진단 및 실무TF팀을 구성하였다. 2018년 2월에는 화성시 농어업회의소 설립 및 운영지원 조례가 통과되었으며, 2019년 6월 대의원 회의를 개최하여 정관, 사업계획안 등을 심의하였다. 화성시 농어업회의소 정관 제1조(목적)에 ‘본 회의소는 화성시의 농어업계를 대표하여 그 권익을 대변하고 회원의 의견과 건의를 종합 조정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 등에 반영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어업 발전과 농어촌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농어업회의소 설립운동의 성과를 정리하면, 현장 농민의 의견을 농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였고, 농어업회의소에 농민과 단체의 참여가 증가하였으며, 농민의 의식변화와 성숙된 토론문화 정착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유관기관과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며, 농정 참여범위를 확대하고 대안제시 역량을 강화하였다. 또한 시·군별 다양한 농어업회의소 운영모델을 발굴하여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전국화를 시도하였다. 

 

화성시 농어업회의소는 오랜 기간 동안 준비과정을 거치고 출범을 앞두고 있다. 향후 농어업회의소의 발전과제에 대해 몇 가지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법률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1998년 법제화 실패 이후 어느덧 20년 이상이 경과되었다. 2014년 ‘지방재정법’개정으로 상위법률이 없는 단체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공적조직으로서 필요성이 인정되고 지자체 및 의회의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농어업회의소는 일반농산어촌 122개 시군의 23%수준까지 확대되어 법제화 여건은 마련되었다. 둘째, 농어업회의소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고 책임질 핵심 지도자를 훈련하고 육성하며, 회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자인 농민은 물론 공무원, 농·축·수협의 임직원, 농업관련산업 종사자가 적극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독려해야 한다. 셋째, 농민과 단체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각 지역 농어업회의소의 회원 가입률은 8~21%수준이다. 현행 자율로 회원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하면 회원 가입률이 낮다고 볼 수는 없으나, 지역에서 농민 대표성을 갖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넷째, 사업의 효율성과 업무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재정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자체와 의회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농정조직과의 조화와 역할분담이 요구된다. 이러한 역할분담을 통하여 지방농정 추진체계를 효율화, 선진화하고 지방분권형 상향식 농정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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