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1]
늘 염려가 많은 사람, 늘 희망적인 사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15 [09:03]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H 사장은 성 부장 때문에 좀 속이 상했다. 이번에도 사장이 뭐 좀 해보자는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반대가 많았다. 목제 가구를 제작하는 H 사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어서 미니 가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게 좋겠다고 좀 연구를 해보라고 했는데 성 부장은 해보겠다는 이야기보다는 문제점만을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이번만이 아니다. 성 부장은 늘 그런 식이다. 그래서 성 부장하고 일하려면 속 좀 썩어야 한다. 그래도 H 사장이 성 부장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것은 그의 믿음성 때문이다. 그는 염려는 많지만 사고는 치지 않는다.

 

강 이사는 성 부장과는 좀 반대다. 그는 항상 희망적이다. H 사장이 뭐를 하라 하면 반대하는 때가 별로 없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희망적이다. H 사장이 10을 하자면 강 이사는 20을 제안한다. 그런데 강 이사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 하면 큰일이다. 벌이기는 하는데 수습이 안 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 이사와 성 부장을 반반 섞었으면 좋겠다고 H 사장은 늘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을 보통은 의욕이라고 하고 심리학에서는 동기라고 한다. 어떤 때 동기가 생길까? 여러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접근적 동기(approach motivation)’라는 것과 ‘회피적 동기(avoidance motivation)’라는 것 말이다. 접근적 동기는 ‘이런 것을 가져야겠다’ 하면서 보이는 의욕이고, 회피적 동기는 ‘이런 것은 피해야겠다’라면서 보이는 의욕이다. 접근적 동기는 긍정적 자극을 더 많이 갖겠다는 것이고, 회피적 동기는 부정적 자극을 더 잘 피하겠다는 것이다. 접근적 동기는 다분히 공격적이고, 회피적 동기는 반대로 수비적이다.

 

어떤 사람이나 두 가지 방향의 동기를 다 가지고 있다. 축구팀이 공격만 잘하고 수비를 안 하면 백 번 골을 넣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반대로 공격은 하지 않고 수비만 하면, 이 또한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안 해본 일도 해보고 해야 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일만 벌이면 되겠는가? 새로운 것을 하는 데서 오는 위험과 문제점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양쪽 동기를 균형 있게 발휘하면 좋겠지만, 어떤 사람은 둘 중에 한쪽이 우세하다. 성 부장은 회피동기가 우세하고 강 이사는 접근동기가 우세하다. 그래서 두 사람을 움직이려면 상반된 전략이 필요하다. 강 이사에게는 당근 전략이 더 먹힌다. “강 이사, 이 일은 당신에게 딱 맞는 것 같애. 이 일만 성사되면 우리 회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당신도 좋은 일이 많을 거야. 이 일 마치고 해외여행 한번 가자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성 부장에게 하면 그는 콧방귀를 뀔 것이다. 성 부장을 자극하려면 채찍 전략이 필요하다. “성 부장, 이거 이렇게 일이 진척이 안 되면 어떡하나. 이미 남들은 메타버스다 AI다 해서 사업에 접목을 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뭐 하나 해놓은 게 없잖아. 이러다간 다 망하게 생겼어, 하여튼 일주일 내로 변화가 없으면 성 부장이 책임지는 줄 알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성 부장은 귀가 번쩍 뜨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 부장 같은 회피동기형에게 야단만 치면 안 된다. 회피 동기가 강한 사람은 야단맞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야단맞지 않기 위해 문제를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성 부장이나 강 이사 모두 칭찬받기 좋아한다. 성 부장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칭찬을, 강 이사는 새로운 것을 얻게 되었다는 칭찬을 받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성 부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성 부장은 항상 상황을 분석해서 사전에 문제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 줘서 고마워. 성 부장만 있으면 그래서 안심이 돼. 이번에 일이 좀 진행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성 부장이 좀 살펴보고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번 해봐요. 이 일이 만일 늦어지면 여러 가지로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알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반면에 강 이사에게 일을 시킬 때는 긍정적인 점을 부각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거기에 매몰되어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꼬집어서 문제를 직시하게 해야 한다. “강 이사, 이번 일은 처음부터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 같애. 만약 이 일이 성사되면 우리는 미래 먹거리를 확실히 하는 결과가 될 것 같애. 그런데 강 이사, 일정이 좀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낙관하지 말고, 일정을 예정보다 당길 수 있도록 다음 회의 때 대책을 제시해 봐요.” 이렇게 말이다. 

 

두 사람을 반반 섞는 일, 두 사람의 강점을 보태는 것은 결국 리더의 일이다.

 

choyho2@naver.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