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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0]
집단 토의를 하면 의견이 극단으로 치우치는 현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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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우리 누구도 우리 모두만큼 현명하지는 않다(Non of us is as smart as all of us).” 리더십 연구가 켄 블랜차드(Ken Blachard)가 한 말이다. 한 사람이 아는 것보다 두 사람이 아는 게 많고, 한 사람이 경험한 것보다 여러 사람이 경험한 것이 다양할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의논하여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이를 함축하여 ‘집단지성’이라고 한다.

 

개미같이 사회적 생활을 하는 동물을 관찰하던 동물학자들이 집단지성의 존재를 이야기했는데,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이는 인간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다. 과거에는 전문가 소수가 백과사전을 펴내는 데 참여했는데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정보를 올리고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위키피디아가 훨씬 다양한 최신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디지털 백과사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집단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론이 나올까? 구성원들이 똑똑하다고 해서 집단이 내린 결론이 반드시 똑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MIT 대학의 조직학습 연구자 피터 셍게(Peter Senge)는 조직원들의 평균 IQ가 100인데 조직의 IQ가 120이 되는 경우보다, 조직원들의 IQ가 120인데 조직의 IQ가 100인 경우가 더 많다고 개탄하였다.

 

개인이 집단 속에서 소통을 하거나 활동을 하면 미묘한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집단의사결정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1960년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집단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구성원 개인의 전반적인 성향보다는 더욱 위험한 대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소위 ‘위험 쏠림 현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투자를 하는 경우, 신용등급 AAA고 수익률이 연 2%인 H 회사가 있고, 신용등급이 BB이고 수익률이 연 7%인 L 회사가 있다고 했을 때 어느 회사 채권을 살 것인가 물어보면 개인적으로는 10명 중 7명이 안전한 H 회사 채권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 그 10명이 토의를 하게 되면,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위험성이 높은 L사 주식을 산다고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학자들이 계속 연구하면서 집단 토론에서 ‘위험 쏠림 현상’만이 있는 게 아니라 중도적 견해가 줄어들고 양극단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에 대한 태도를 알아본다고 할 때, 사형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면 더 찬성하는 쪽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면 더 반대하는 쪽으로 태도가 이동한다는 이야기다.

 

집단 극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집단정체성’이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의할 경우, 참여자들이 순수하게 사형제도를 논의하면 좋을 텐데 어느 순간 ‘나는 진보주의자다’ 또는 ‘나는 보수주의자다’라는 의식이 생긴다. 그러면 그때부터 정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욱 진보적으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욱 보수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체성에 따라 태도가 양극으로 나뉜다. 

 

정체성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정의하고 자신이 어느 집단에 소속되는지 뚜렷이 하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올 수 있고, 더 발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도 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배타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이럴 때 정체성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거나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를 수용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정체성이 지나치게 되면 사람들은 집단에 매몰되어 익명성에 묻히고 책임 의식도 희석된다.

 

리더는 따라서 집단지성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게 하려면, 왜곡된 정체성이 가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직 내 파벌을 조성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차별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만약에 조직에 기능적으로 어쩔 수 없이 그룹이 지어졌다고 한다면, 의사결정에 이들이 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서로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양 집단이 대립하고 있을 때는 제3의 그룹이 중간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선거를 앞두고 서로 지지자들을 모으고 파벌을 조성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일들이 성행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단 극화의 희생이 될 수 있는 사회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이런 현상을 의식하고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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