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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19]
시간은 한 알의 보리로 한 통의 맥주를 만든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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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화성신문

VIP(very important person)라는 용어를 본 떠, VIB(very important baby)라는 신조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매우 소중한 아이’라는 뜻이다. 저출산으로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외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 8명이 지갑을 여는 에잇 포켓(8-pocket)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자녀가 새해에 오히려 많은 용돈(선물)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는 부모님도 있다. 8개의 지갑이 자연스럽게 한 아이에게 집중되어 아이의 분수에 맞지 않는 용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어릴 때부터 돈과 물건의 가치를 알고 알뜰하고 계획적으로 사용하여야 하는데, 노력없이 받게 된 돈으로 가치를 모르고 헤프게 사용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것이다. 예전엔 아이는 다수고 주는 어른은 소수여서 용돈의 가치와 감사를 알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아 과한 용돈을 받은 아이가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걱정스럽다는 부모의 말에 공감이 간다.

 

새해 아침에는 용돈보다 더 가치로운 큰 선물을 우리 모두 받는다. 이 큰 선물을 어떻게 사용할지 2024년 새해,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계획해 보아야 한다. 매년 새해, 우리는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을 선물로 받는다. 날짜로 따지면 365일, 시간으로 따지면 8,760시간이다. 시간은 돈보다 가치롭다고 한다. 돈은 교환가치에 따라 주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시간은 교환가치로 계산이 안 될 뿐 아니라 생명과 역량을 창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시간은 한 알의 보리로 한 통의 맥주를 만든다’는 라트비아의 속담이 시간의 가치를 잘 알려 준다.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알을 낳을 때도,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도, 우리가 능력을 습득할 때도 시간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데도 시간은 필요하다. 시간은 자신을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창조적 힘을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파멸을 가져다주는 저승사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100달러 지폐의 인물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인생을 사랑하느냐? 만일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은 인생을 이루는 요소이다’라고 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활용한다’는 것을 자녀 양육에서 생각해 보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하면 흔히 놀이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공부나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부모는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각각의 발달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두뇌 발달에 손상을 주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두뇌는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하루 일과에서 쌓인 두뇌의 피로 찌꺼기를 제거하여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잠을 자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따라서 잠을 자지 않으면 학습된 정보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쌓인 찌꺼기로 인해 두통에 이를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공부는 효율적이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 또, 쉬는 요일 없이 공부하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공부하더라도 토요일, 일요일은 휴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심리학자 애트킨슨(Atkinson)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은 가치와 기대에 의해 나타난다. 따라서 휴식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은 아이를 스트레스 속에서 공부 우울증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 

 

시간 낭비의 더 큰 우려는 빨리빨리 자녀를 발달시키려는 부모의 조급증에 있다. 바인씨는 ‘인간의 평균 수명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으나 어른들 중에는 어린이들을 어른들 모양으로 서둘러 만들려고 함으로써 아동기를 단축시키려는 경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부모의 성급함은 자녀의 단계적 발달에 필요한 시간을 박탈해 손상된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다. 서둘러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에게 완전한 어른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은 마치 돈을 아끼려고 불량품을 구입하거나 무리한 공사로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라브뤼예르(Jean de La Bruyère)는 자기의 시간을 가장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대개 시간의 짧음을 불평한다고 했다. 이는 마치 항상 돈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허영과 사치에 돈을 막 사용하는 사람과 같다. 돈의 사용처를 모르는 사람처럼 시간의 사용처를 모르는 사람은 안타깝다.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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