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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12]
참사랑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1/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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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화성신문

흔히 가정을 사랑의 보금자리라 한다. 가족은 혈연 관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어느 집단보다 사랑이 충만하고, 또 충만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제 한 달여 지나면 2024년의 새해가 온다. 새해가 오기 전, 우리 가정이 사랑의 보금자리인지 확인해 보자. 부족함이 있으면 참된 사랑을 연습하여 2024년에는 참된 사랑의 보금자리로 가정을 만들어 보자. ‘사랑의 기술’의 저자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은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랑도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표현된다.

 

음식에 좋은 음식과 불량음식이 있듯 사랑에도 참사랑과 불량사랑이 있다. 불량사랑은 불량음식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상하게 한다. 사랑은 색깔도 맛도 형체도 없는 존재이기에 불량사랑인지도 모르고 분출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종종 일어날 법한 다음 두 일화를 보면서 참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부산에 사는 한 어머님이 좋은 과일을 선물로 받게 되자, 서울에서 대학 공부를 하는 아들, 딸 생각이 났다. 하나라도 더 챙겨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박스에 꾹꾹 담아 서울로 힘들게 들고 갔다. 

 

딸은 과일을 보는 순간 아주 밝은 표정을 지으며, “와~ 엄마, 맛있는 과일을 많이 가져오셨네요! 신난다. 고마워요.” 그러나 옆에 있던 오빠인 아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난 안 먹어요. 누가 과일을 그렇게 무겁게 들고 오랬어요”라며 짜증을 내어 말했다. 

 

어머니는 섭섭하고 화가 났다. “넌, 무겁게 들고 온 엄마에게 그게 할 말이냐?” 아들은 여전히 짜증을 내면서, “몸도 안 좋으시면서 그렇게 무겁게 들고 올 필요가 있어요? 그냥 집에 두고 드시면 되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들고 오셨냐고요?” 

 

고등학생 딸이 정성스레 빵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정말 맛있다. 넌 빵 만드는 기술도 대단해. 무엇을 넣었는데 이렇게 맛있어?” 

 

그러자 아버지가, “뭐가 맛있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너는 뭐가 되려고 그래?” 하면서 딸에게 화를 내었다. 동시에 어머니에게, “빵 맛있다고 하지 마! 그러면 애가 공부는 안 하고 자꾸 빵만 만들거잖아. 그 시간에 공부하라고 해!”

 

두 일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의 행동을 존중하면서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과 미래를 생각해서 현재의 행동을 차갑게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행동을 존중하면서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은 사랑이고, 미래를 생각해서 현재의 행동을 차갑게 부정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일까? 

 

프롬에 의하면 ‘사랑은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개발시켜주는 것’이다. 따뜻함, 냉랭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개발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냉랭함을 당하는 당사자는 사랑이라 느끼기 어렵다. 상대방이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면 올바른 사랑의 표현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여기서 참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목적과 표현 방법을 구분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목적은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개발시켜주는 것이어야 하고, 표현 방법은 사랑의 요소를 실천해야 한다.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스턴버그(Sternberg)는 사랑을 친밀감, 열정, 헌신(올바른 판단과 실행)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삼각형으로 본다. 참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존중하고 친밀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 그 마음을 계속 읽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판단과 실행을 하여야 한다.

 

 이에 의하면 두 일화에서 미래를 생각해서 현재의 행동을 차갑게 부정하는 행동은 사랑의 목적은 인식했으나 표현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아마도 전자의 일화에서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아들의 말이 못내 서운해서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후자의 일화에서 딸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으로 불만을 가질 것이다.

 

톨스토이(Tolstoy)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인간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인간이 섭취하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보름을 견디고, 산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불과 몇 십초에 불과하다. 그러면 사랑을 섭취하지 않으면 얼마나 견딜까? 물과 공기는 이내 섭취함으로써 몸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지만, 사랑은 섭취하고 안 하고 간에 그에 따른 흔적을 기억으로 남긴다. 기억의 흔적은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과 고통스런 추억으로 삶을 지배할 수 있다.

 

부모로서 “내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나의 아이들의 기억을 참사랑으로 충만하도록 하여 항상 밝게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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