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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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은 단칸방
귤을 까면 귤 속은
참 가지런하다
가지런한 맛은 한 치의 오차가 없다
여덟 쪽 그 중 어느 쪽도
같은 맛이다
칠남매 중에 다섯이 딸이었던 우리 집 자매들은
어디를 가나 고만고만하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건 엄마를 열면 나타나는
인형 속의 인형,
점점 작아지는 그 닮은꼴들 같았기 대문이다
귤은 그러니까 단칸방이란 뜻이다
자리다툼이 비좁았지만 수화수채*하는
달콤새콤한 결박
살포시 두른 하얀 미사포 속 고해성사
앗,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신맛이라는 뜻이다
새콤한 맛,
얇은 바람을 오래 맞았거나
파리하게 풀리던 언니의 결심이거나
한 쪽 한 쪽 떼어 먹다 보면
새콤한 맛 다 끝나고 빈 껍질만 남아
허물어진 그 옛날
단칸방 같은 귤
대체로 자매들은 비슷하게 닮았다지만, 칠 남매 중 딸이 다섯인 우리 자매들은 동그랗고 큰 눈매며, 음식솜씨며, 말씨까지 참 고만고만하게 닮았다는 소리를 유난히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자매들이 만나게 되면 약속처럼 옷차림도 비슷할 때가 있다. 지금은 누군가 다른 이가 살고 있는 옛 고향집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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