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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72]
고집불통 상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0/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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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G 팀장은 답답할 노릇이다. 자신이 올린 기안에 대해 항상 전무님이 제동을 거신다. 자료를 준비해서 전무님을 찾아가면, 항상 꼬투리를 잡아서 시비를 거시고 다시 검토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자세히 연구를 해 가는데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좀 논리가 안 맞는 말씀을 하면서 G 팀장이 제안한 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하신다. 그럴 때는 G 팀장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신이 무장한 논리로 싸울 수밖에.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다. 칼자루는 G 팀장이 아니라 전무님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02년 아주대학교 기획처장을 할 때다. 그때 학생회관을 새로 건립하는 문제가 현안이 되어 있었다. 전임 총장께서 개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신학생회관을 지어주겠다고 학생들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학교 시설 문제는 재단하고 상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단 이사장을 찾아뵙고 이 문제를 상의드렸다. 이사장님은 학교 건물 문제를 그렇게 간단히 결정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신학생회관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고 하셨다. 전임 총장의 약속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다음 여러 가지 자료를 만들어서 보고를 드리러 갔다. 이번에는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작성해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부랴부랴 건축과 교수님과 함께 학교 마스터 플랜을 세워서 가지고 갔다. 그랬더니 캠퍼스 마스터 플랜이 그렇게 주먹구구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며 질책하셨다. 학교 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근거하여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경영학 교수인 필자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었다. 종합계획수립에 대해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결과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칼자루는 기획처장이 아니라 재단 이사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팔로워십이다. 하급자 다루는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상급자 다루는 법이다. 우리는 누구의 상사이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누구의 부하이기 때문이다.

 

상사 중에는 부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부하들을 편하게 하는 상사가 있지만, 반대로 까탈스러운 고집불통의 상사도 많다. 이 고집불통의 상사를 어떻게 설득하고 움직일 것인가? 고집불통의 리더는 보통 자신이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도취(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들을 지식이나 논리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그들을 논쟁으로 이기려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고집불통의 상사는 자신이 부하에 의해 설득되었다는 것 자체를 수치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하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상사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부하 때문에 자신이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상사가 특정 방향으로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보를 주거나 아니면 상황을 그렇게 조성해야 한다.

 

G 팀장의 경우로 다시 돌아가 보기로 하자. G 팀장은 전무님을 설득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성공을 못했다. 그런데 H 팀장은 매번 쉽게 전무님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H 팀장은 G 팀장처럼 열심히 조사하고, 치밀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H 팀장은 G 팀장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결코 논리를 가지고 전무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전무님이 지적하면, 바로 꼬리를 내렸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저는 전무님이 요구하신 내용을 도저히 커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점은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결재 사인은 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전무님은 보통 사인을 해주셨다. 

 

이사장님 설득에 지쳐있는 필자를 어느날 이사장님이 부르시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갔더니, 이사장님이 학생회장을 만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요구를 가능한 들어주고 신학생회관 건립을 추진하라고 하셨다. 필자가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는 귀를 막고 있던 이사장이 학생들을 직접 만나시더니 생각이 180도 달라지셨다. 그런데 사실은 학생들이 이사장님을 만난 것은 필자의 작품이었다.

 

설득은 따져보면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게 만드는 것이다. 고집 센 상사는 물론이지만 그렇지 않은 상사도 사실은 이런 식으로 설득하는 게 좋다. 부하를 설득하는 전술도 이와 다를 게 있을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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