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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0]
어수선한 조직, 따분한 조직, 신선한 조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7/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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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괴짜 의사 김사부가 근무하는 지방의 작은 병원 돌담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병원은 규모도 작고 시설도 변변치 못하지만, 실력 있고, 열정이 넘치는 김사부의 존재로 인해 많은 환자가 몰려온다. 그리고 특히 응급센터까지 만들어져서 사고가 일어나면 먼저 찾는 병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돌담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고, 퇴근했다가도 호출되기 일쑤다. 어쩌다 환자가 좀 없어 한가하다 싶을 때가 있는데 이때 누군가가 무심코 “오늘은 조용하네”라고 한마디 하는 순간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대형 사고로 응급환자가 온다는 119 전화 말이다.

 

반면, 민대리가 근무하는 화학공장은 이런 일이 거의 없다. 매사가 물 흐르듯 돌아가고 이변이 별로 없다. 규모도 크고, 제품도 많고, 거래처도 다양하지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오랜 전통으로 사람들이 척척 알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될 뿐이다. 항상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이 행해진다. 그리고 사람들도 거의 그대로이다. 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월급도 많고,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지만, 4년째 근무하는 민대리에게 이 회사는 따분한 직장이다.

 

돌담병원같이 너무 자극이 많고, 너무 사건이 많은 조직에서는 근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매일이 전쟁이고 매일이 스트레스 상황이니 말이다. 드라마로서는 좋을지 몰라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직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직장은 안정화를 시켜야 한다. 자원을 더 확보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 시스템대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와는 달리 민대리가 근무하는 조직에는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도 벌여야 하고 새로운 인풋을 넣어야 한다. 우리는 편하고 안정적인 것을 원하지만, 정작 편해지고 안정이 되면 나태해지고 나아가서는 타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직에는 조직원들을 긴장시키는 장치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전쟁이 없는 평화 시에도 군인들은 꾸준히 훈련을 한다. 강도가 높은 특별한 훈련을 포함해서 말이다. 부대 간 사격 대회도 열고 스포츠 대항전도 갖는다. 학교에서도 시험이 한 학기 두 차례 있고,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로 넘어가는 큰 이벤트가 있다. 기업에서는 보통 혁신운동을 한다. 프로세스 개선 운동을 하거나, 고객 만족 운동을 하거나, ESG 운동을 하거나 말이다. 

 

가끔은 극약 처방을 통해 조직을 긴장시킨다. 고인이 된 삼성의 이건희 회장처럼 말이다. 그는 1993년 7월 7·4제를 도입했다. 오전 7시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 말이다. 9시 출근하여 6시 퇴근하던 산업의 표준에 도전하는 혁명적 조치였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니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삼성 사람들은 정말 어리둥절했고 어쩔 줄을 몰랐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덕분에 사람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고, 조직에 새바람이 일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조직에 새바람을 넣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조직을 자극하는 방식이 X 이론적이다. 조직 논리 우선이고 사람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조직보다는 사람 위주이고, 통제보다는 자율을 강조한다.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형제들에서는 2022년 1월 3일부터 주 32시간제를 도입했다. 노동법상 주 40시간 근무로 되어 있고 거의 모든 회사가 그렇게 근무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을 8시간이나 줄인 조치다. 그러니까 주 4일 근무제나 마찬가지다. 그 회사는 근무시간만 줄인 것이 아니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월 총 근무시간 범위 내에서 하루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근무 장소 또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하루아침에 이런 제도를 던진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근무제도를 혁신해 왔다. 2015년 1월 국내 최초로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제를 도입했으며, 2017년 3월에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했다. 2019년 4월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또 같은 해 7월에는 유연한 근무형태를 위해 부서별 시차출퇴근제도를 도입했다. 

 

근무제도 개선은 우아한형제들에서 하고 있는 조직관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피플실이라는 부서가 있어 조직 구성원들을 어떻게 놀라게 할까를 연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어떻게 환영해야 감동을 받을까? 생에 첫 학부모가 된 사원들을 어떻게 격려할까? 등 말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조직이 더욱 신선해지고 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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