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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예요양원]
죽음의 문턱에 이른 할머니 2년 만에 건강하게 퇴원시켜 ‘눈길’
정성스런 식단, 재활 운동기구, 스마트 기저귀, 휠체어 리프트 차량으로 입소문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3/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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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순 예요양원 대표  ©화성신문

 

▲     ©화성신문

 

▲     ©화성신문

 

▲ 휠체어 리프트카.



금자(가명) 할머니는 파킨슨병과 공황장애로 고생하며 일 년이 넘도록 식사도 제대로 못 드시고, 너무 말라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예요양원을 찾았다. 본인과 가족들 모두 이곳에서 잘 지내다가 이곳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호순 대표는 얼굴이 예쁘신데 비쩍 마른 금자 할머니가 너무 안쓰러웠다. 6개월 동안 매일 소뼈를 푹 고아서 음식을 챙겨 드렸다. 차츰차츰 건강을 회복하던 금자 할머니는 2년 뒤, 2022년 8월 건강하게 퇴원했다. 집에서 혼자 장도 보고, 식사도 하고, 마실도 다닌다. 금자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오면 다 죽는다고 그랬는데, 요양원에서 나처럼 건강해져서 퇴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라며 조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회 봉사를 준비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아들의 소망 이루려 요양원 시작

 

입소문을 따라 향남에 위치한 예요양원의 조호순 대표를 찾았다. 반가이 맞아주는 얼굴에서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서울시청에 근무했던 남편 이길우 대표와 함께 연고도 없던 향남에 내려와 요양원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큰 아들 종화씨는 의료보험 심사학과를 졸업 후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다. 병원에서 아프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사회 봉사를 결심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놓았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상견례 날을 받아 놓았던 2014년의 봄 어느 날, 종화씨는 근무하던 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충격에 빠진 조 대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종화씨를 보내고 2년 동안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떻게 장례를 치르고,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무런 사회생활을 못 하고 집에만 붙어 있는 것을 보다 못한 지인이 “언니, 그렇게 있으면 죽어. 아들이 요양원에 발판을 닦아 놓았으니 아들이 못다 한 요양원을 이어받아 해봐”라고 등 떠밀었다.

 

서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하던 이 대표도 조 대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 생각해 요양원에 합류했다. 아무 연고가 없던 향남이었지만 공간이 마음에 들어 전 재산을 투자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까지 조대표가 요양원에 가본 것은 단 세 번밖에 없었다. 친구 시어머니, 친정 엄마 면회를 가 봤고, 요양원을 할 결심을 하고 나서 지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을 한 번 가 봤을 뿐이었다.

 

2017년 11월 1일 향남에 자리를 잡고 29인실로 개원했다. 처음 할머니들을 만나던 순간의 느낌을 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여기 와서 보니까 할머니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딱 3살하고 7살 수준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기저귀를 빼서 안 버리면 세 살. 기저귀를 빼서 버리면 일곱 살. 변도 안 만지면 세 살, 변을 만져서 개떡 만들어 놓으면 일곱 살. 그래서 어떻게 연구를 해서 이 할머니들을 거둘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제일 먼저 식단 준비를 잘해야 되겠더라구요. 6개월 동안 아침 5시에 나와서 밥을 하고, 소꼬리를 1년 내내 고아서 그 국물로 된장국 끓이고, 미역국 끓이고, 북어국 끓여서 챙겨 드렸더니 어르신들 얼굴이 뽀얘지고 이뻐지고 부스럼도 없어지고 하더군요.”

 

다음은 어떻게 이 요양원을 알리느냐가 관건이었다. 둘이서 직접 전단지 가지고 돌리러 다녔다. 밤늦도록 전봇대나 버스 정류장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꾸준히 화성 지역 곳곳을 누볐다. 한 일 년 정도 서울에서 출퇴근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출발해서 요양원으로 출근하고, 저녁에는 요양원에서 9시나 10시에 퇴근을 하다 보니까 ‘별 보고 왔다, 별 보고 집에 가는’ 고달픈 생활이었다.

 

 

 

제가 어르신을 돌보는 게 아니라 어르신이 나를 돌보고 계셨다.

 

▲     ©화성신문

 

조 대표가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단이다.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요즘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들은 이곳에서 구할 테니, 그만큼 고기류와 생선을 매끼 챙겨 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에게 “어르신들에게 밥 한 끼라도 굶기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식사 시간에 못 드시면 나중에 덥혀서 먹여 드리고, 밥을 못 드시면 죽을 드리고, 죽을 못 드시면 미음을 준비해서 꼭 챙겨 드린다. 그래서 예요양원은 ‘식단이 잘 되어 있고 어르신들이 오시면 건강해진다’라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조 대표의 정성스런 식단 덕에 고생하시던 어르신들이 기적같이 회복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당뇨로 다리가 썩은 분이 낫고, 엉덩이 욕창 생겼던 분이 낫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분이 몇 개월만에 건강을 회복하는 일들이 생기자 보호자들이 감사하다며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할머니들을 안아주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퇴근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 안아드리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럴 때 어르신들이 제 등을 또닥또닥 어루만지며 “밥 먹었나? 밥 먹고 댕겨라. 왜 이렇게 얼굴이 까칠하냐? 우리만 주지 말고 밥 먹고 댕겨라”고 딸을 보듯이 며느리를 보듯이 이렇게 챙기신다. 어느 한 순간 ‘내가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게 아니라 어르신이 나를 돌보시는구나’하고 느꼈다.

 

 

 

재활 운동 기구 워크 메이트

▲ 재활 워크메이트 운동.

 

개원할 당시 29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2020년 56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확장 공사를 했다. 4층에는 어르신들의 재활 운동을 돕고자 침상 3개가 들어갈 방 3개를 없애고 워크 메이트를 설치했다. 공사하는 분이 “대표님 돈 안 버실 겁니까?”하고 만류할 정도였다. 이 재활 운동 기구는 4000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요양병원에도 잘 설치하지 않는 기구이다.

 

어르신들이 슈트를 착용하고 걷기 운동, 팔이나 다리를 걸어서 하는 상하 운동, 스트레칭, 순환 운동을 하시면서 못 걷던 어르신이 차츰 걸어 다니고, 손을 못 썼던 분이 혼자서 식사를 하시는 일들이 일어났다. 안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궁금했다. 조 대표는 “저희가 29분 어르신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무력함을 느꼈어요. 운동을 조금 시키면 걸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기구도 없고, 재활치료 담당 선생님도 없고, 그러다 보니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게 복도 한두 바퀴 걷거나 마냥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게 다였죠. 그렇지 않으면 휠체어에 태워서 조금 앉혀 놓는 게 너무 안타깝고 애달프고 어르신들을 보면 짠하고 그래서 워크메이트를 설치한 것이죠. 지금 어르신들의 건강이 나아지는 것을 보면 그때 투자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합니다”고 답한다. 

 

확장공사는 했으나 코로나19로 추가 수용을 할 수가 없고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이 계시다 보니 수용 인원이 23명까지 줄어들었다. 요양원의 어려운 살림은 같은 건물에 있는 47개의 임대룸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보충했다. 조 대표는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너무 쪼들려서 숨도 못 쉬겠네.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러면 하느님께서 감사하게 또 도와주십니다. 뭔가가 이루어져서 한 달 한 달 땜빵하며 여기까지 왔네요. 신비롭습니다”라고 과거를 되새긴다. 

 

 

 

스마트 기저귀로 늘 청결한 환경 보장

 

▲ 스마트 기저귀.

예요양원은 전국에 4곳만 사용한다는 스마트 기저귀를 사용한다. 경기도에서도 유일하다. IC 칩이 있는 까만색 센서가 붙어 있어 컴퓨터 화면에 개인별로 기저귀 상태가 표시된다. 요양보호사들이 보고 있다가 빨간색으로 바뀌면 바로 가서 갈아드린다. 스마트 기저귀를 사용하고 난 후 침실에 변 냄새, 기저귀 냄새가 없어지고, 어르신들 욕창이 없어졌다. 

 

보통 시간을 정해 놓고 일률적으로 교체하는 일반 요양원과 다르게 개인별 관리를 하다 보니까 요양보호사들에게는 많이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를 직업으로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일주일을 못 버티고,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시는 분들만 남게 되었다.

 

예요양원은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환경을 갖추려고 노력해 왔다. 개원할 때부터 어르신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사륜구동의 휠체어 리프트 차량을 구입해서 어르신들 병원에 가거나 이동하실 때 이 차량을 이용한다. 논두렁 밭두렁이 있는 이곳 환경에 맞추어 굉장히 요긴하게 쓰고 있단다. 

 

어르신들이 긴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근의 중앙병원, 해인요양병원, 원광종합병원과도 MOU를 맺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나 보호자들이 외국인 직원분들을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어 가능하면 전 직원을 한국 분들로 채용하고 있다.

 

2022년 6월에 4층을 오픈해서 이제 31명이 되었다. 차츰차츰 입소문을 타고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요양원을 개원한 후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를 빼고는 요양원에 출근하지 않은 날이 없고, 무슨 일이 발생할까 염려되어 멀리 가보지도 못했다는 후덕하고 성실한 조 대표와 이 대표가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로 피어오르는 날이 계속 되기를 응원한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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