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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 칼럼 ➐죽음과 애도 첫 번째 이야기]
죽음에 대한 사유(思惟)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0/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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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혁 하늘가장례식장 대표

우리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힘겹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학자들이, 종교집단이 죽음에 대하여 사유하며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이다.

 

죽음의 문제를 학문적, 철학적, 종교적으로도 쉽사리 결론짓지 못하는 것은 죽음이 경험해 볼 수 없는 일이고, 다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만큼 어려운 학문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대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짧은 지면에서 모두 이야기 할 수는 없기에 우리의 실생활에서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어느 교회 노인대학에서의 일이다. 목사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 대하여, 부활에 대하여, 천국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천국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고 기쁨이 넘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 곳에 참석한 노인들도 아멘을 외치며 천국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며 수긍의 의사를 표시한다. 이때 목사가 물어본다. 천국을 모두 좋아 하시죠? 모두가 ‘예’라고 답한다. 목사가 다시 물어본다. 천국이 좋다고 하셨는데, 지금 천국 갈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손들지 않고 조용해진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어린 손자 앞에서 아이고 나이 들면 죽어야지 한다. 그때 손자가 말한다. 할머니 죽으면 되잖아! 할머니는 노발대발하며 화를 내신다.”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위의 예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며, 위 이야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죽음관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극락세계, 천국 등 동경의 세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꿈을 꾸지만 막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터부시하고 있고, 죽음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간다는 끝이라는 사상이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면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을 한다. 이 말에는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강한 부정이 들어있다. 또한, 유교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우리들의 인식에는 공자가 말한 죽음의 관점 - 삶도 아직 다 알지 못하는데, 죽음은 말해서 무엇하는가 - 이 죽음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활 속 규범으로 작용하였기에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발전이나 사회적 용인이 없었다. 

 

그런데,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힘겨운데 왜? 죽음을 생각하고 신경쓰며 살아야하지? 라는 의문도 들 것이다. 우리에게는 살아가는 생이 있다. 생의 마지막에는 죽음이 있다. 생과 사는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불가분의 관계이고, 끝이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보에 쉼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정해진 기한이 없다면 언제 끝내야할까?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삶이 더 풍성하고 관계가 더 좋을까? 죽음 또한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져 영원히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는 없기에 오히려 삶이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을 교육과정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7개 대학이 장례지도학과를 통해 장례지도사를 배출하고 있고, 죽음학(Thanatology)이라고 하는 죽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등장하면서 죽음학회가 설립되어 죽음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죽음을 교육과정으로 접목하지 못하다가 사회적으로 청년층의 자살문제가 대두되자 약 20여 년 전부터 죽음을 정규과목으로 접목하거나 별도과정으로 편성하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죽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이에 우리도 죽음을 멀리해야할 것이 아닌, 삶 속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공감대가 조성되면 좋겠다.

 

 


 

최 혁 하늘가장례식장 대표는

 

봉안당·장례식장을 운영하며 경기도 ‘장사재단법인 관리지침’ 수립,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수립을 위한 자문활동 등 올바른 장례문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서 왔다. 또 화성시 사회복지협의회·자원봉사센터 이사, 화성시 사회공협협의회 고문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장례 후 남겨진 유가족 돌봄 프로그램을 복지단체와 연계해 시행하는 등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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