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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스 주부백일장 총 심사평 -이덕규-
악마를 딛고 사랑을 보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0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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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장이라는 형식을 통해 글을 평가하는 제도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운동 경기처럼 빨리 혹은 멀리, 높이 뛰는 사람을 가려내어 상을 주는 대내외적 대회성이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백일장이 그러하듯 현장에서 시제를 주고 제한된 시간 내에 원고를 마감하는데, 결국 글의 단순한 감각이나 기교이외에 다른 웅숭깊은 자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자리이다.

  생각했던 대로 일반적(혹은 일상적) 글쓰기에서 벗어난 글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일반적 글쓰기가 일상에서 상식적으로 투명하게 소통되는 생활의 글이라면, 일상의 그 투명한 빛을 어느 순간 굴절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특별한 글쓰기이다.

그러니까, 그 ‘어느 순간’을 포착해내는 것이 바로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인 발견인 것이다.

  출가한 딸의 ‘아버지’에 대한 향수는 너무 일차원적이다. 다분히 도식적인 아버지에 대한 글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아버지를 발견하지 못한다. 소위 딸들의 ‘그냥 아버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가령,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방식에서도 시간의 타성에 길들여진 참회나 회오의 어법은 넋두리로 전락한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훈훈한 답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개별화된 다양한 아버지이다.

  조혜린의 <아버지와 전봇대>는 그런 면에서 넋두리를 비껴간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또 다른 아버지를 새롭게 발견한다.

 어린 날 ‘악마’로 까지 명명된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딛고 그 너머에 있는 ‘사랑’을 발견하는 순간 비로소 아버지는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오 나의 어여쁜 새끼, 아버지”라고 쓰지 않았던가, 최소한 글쓴이의 내면의 미묘한 갈등을 구차한 사설 없이, 원색의 감정을 숨기면서도 동화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에 낙점했다.

  끝으로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는 김수영 시인처럼, 가혹하지만, ‘악마’를 보는 황폐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더욱 좋은 글이 나올 수도 있겠다.(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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