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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3]
강점이 약점으로 바뀌는 리더십 탈선 현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4/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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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J 이사는 추진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는 항상 기대 이상의 일을 해냈으며, 회사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가 나서서 처리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줄곧 특별승진을 해 왔다. 이사 승진도 그는 남보다 빨랐다. 그런데 그렇게 잘 나가던 J 이사에게 변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밑에서 일하던 우수 직원들이 사표를 쓰기 시작했으며, 그가 금과옥조로 생각하던 납기도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잘 나가던 리더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나 잘 나갈 것으로 예상했던 리더가 기대를 저버리고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를 ‘리더십 탈선’(Leadership Derailment)이라고 한다. 잘 달리던 기차가 궤도를 일탈해 사고가 난 것에 비유한 이야기다. 문제 있는 리더가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무능한 리더가 결과를 망쳤다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했던 사람이, 그리고 여러 가지 객관적인 사실로 볼 때 문제가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사고를 친다면 그것이야말로 당황스러운 일이다.

 

S 대학에서는 대외 활동이 활발한 외부인을 어느 이공계 단과대학의 학장으로 영입했다. 그 대학의 교수들이 학문적 역량은 우수했으나 대외적인 활동이 취약해 정부 과제를 따오거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성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학장은 기존 교수들의 이런 약점을 보완할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새 학장은 교수들과 계속 마찰을 빚더니 결국 1년 후 학교를 뜨고 말았다.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며, 이 상호작용은 매번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A 상황에서 성공한 방식이 B 상황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X와의 관계에서 효과 있는 스타일이 Y와의 관계에서도 통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성공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리고 또 성격이 강하거나 스타일이 강한 리더일수록 상황이 바뀌면 궤도를 일탈할 가능성이 크다.

 

리더십 연구가들이 조사를 해보니 과거에 성공을 이끌었던 강점이 새로운 상황에서는 약점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추진력이 강한 J 이사의 경우는 부장으로 일했을 때는 그것이 그의 성공 요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보다 장기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이사 자리에서는 그 저돌적인 추진력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도 많이 확보해야 하고 또 조직원들과 토론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J 이사는 이런 역량은 부족했고 또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이사 자리는 그의 단점만 드러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대외관계가 장점인 신임 학장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그는 박사 학위는 가지고 있었으나 오랫동안 아카데미 밖에서 생활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 학장으로 부임해 자신의 강점을 너무 서둘러 발휘하다 보니 교수들과 합의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 그는 그런 것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과 마찰이 잦았고, 교수들의 눈에는 그의 강점은 보이지 않고 학문 자체에는 관심이 적고 외부 활동만 열심히 하는 ‘교수답지 않은’ 모습만 크게 보였던 것이다. 

 

많은 리더는 자신들의 성공 체험 때문에 자아도취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를 ‘나르시스적 성향’이라고도 한다. 자기애가 너무 많은 것이다. 자기애가 강해야 도전 의식도 강할 수 있고 또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자기애는 더 강해진다. 그러면 리더는 더욱 도전적으로 된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면 나르시스적 성향이 강한 리더가 인수합병 같은 프로젝트도 많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경향이 결과적으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성공이 실패를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공하면 자만에 빠지고 자기 과신으로 시야가 좁아진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강점이 약점이 되고 또 약점이 강점이 되기도 한다. 음양의 원리이기도 하고, 상대성의 법칙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겸허하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잘하는 일 때문에 또 내가 자연스럽게 의지하는 스타일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 그는 뚝심 있게 원칙을 쫓아가는 검찰총장이었다. 국민들은 그 점을 높이 사서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뚝심보다는 소통이고, 원칙보다는 타협인데 그는 그 점이 부족한 것이다. 리더십 탈선 현상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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