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작가칼럼 시인의 마음을 읽어주는 시인]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2/19 [09:2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황주현 시인, 시낭송가, 화성문인협회 사무국장  © 화성신문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꺼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나무는 자라면서 간격을 좁혀가고 숲은 숲을 이루며 간격을 지워나간다. 간격은 자로 잴 수 없는 눈대중이 있다. 나무나 사람이나 하나가 되기까지 숨기거나 견뎌야 하는 각각의 몫이 있다. 촘촘하고 거대한 도시에도 일정한 간격의 골목이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은 부딪히지 않고 깨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그나마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적당한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숨어 있는 간격이 간격을 어기거나 이탈하면 어김없이 공동체는 불안해진다. 적당한 간격은 나 아닌 누군가에게 산책길의 벤치나 오후의 공터를 나누어 가지는 일만큼 중요하다. 오늘 하루가 안전했다면 서로의 간격이 적당히 친절하고 세심했다는 것이다. [황주현/시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