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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6]
평가와 보상 체계를 잘 살펴보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9/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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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호주는 죄수들로 만들어진 나라이다. 산업혁명 이후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범죄자들이 늘기 시작한 영국은 감옥을 계속 확장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들로 보아서는 신대륙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으로 죄수들을 보냈다. 어차피 미국에는 땅을 개척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미국이 1776년 독립하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이때 마침 호주 땅이 새로 발견되었다. 영국은 이 호주로 죄수들을 보내기로 했다. 거기도 역시 땅을 일굴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영국은 1788년부터 1867년까지 80년 동안 16만 명이나 되는 죄수를 이 신대륙으로 보냈다. 그러나 죄수를 보내던 초기에 문제가 있었다. 민간업자에게 맡겨 죄수를 실어 보냈는데 영국에서 호주까지 8개월 동안의 항해 끝에 도착한 죄수 중 살아남은 죄수가 40%밖에 되지 않았다. 죄수들을 수송하는 배는 노예선이었으며, 죄수들은 배 안에서 족쇄를 차고 누운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죄수라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한 일이었다. 이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였는데, 공중보건 전문가인 애드윈 채드윅(Edwin Chadwick)이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했다. “선장들에게 미리 돈을 주지 말고, 배가 호주에 도착했을 때 살아있는 죄수의 수에 비례해서 이송비를 주라”는 제안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그랬더니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40%였던 죄수 생존율이 98%로 올라갔다. 

 

P 신용보증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부 실력이 있어 성장 잠재력은 있으나 당장 보증을 설 수 있는 부동산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그럴 때 그 회사의 신용을 누군가 알아주고 중소기업을 위해 보증을 서 주는 기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래서 생긴 기관이 신용보증사다. 그래서 신용보증사는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는 갑 중의 갑이다. 이 기관이 자신을 잘 보아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들은 운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보증 기관의 직원들이 중소기업에 조사를 나갈 때면 그들은 칙사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심해지면 또 여론이 나빠지지 않겠나. 신용보증 기관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중소기업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직원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가 있을까?

 

P 신용보증에서는 직원 평가에 고객만족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담당하는 중소기업으로부터 만족도를 조사하여 이를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만족도를 자체적으로 조사하면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기관에 의뢰하여 조사하였다. 외부 기관에서는 면담을 통해 조사도 하지만 미스터리 쇼핑 방식을 통해 조사하기도 하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직원들의 고자세와 갑질이 싹 사라졌다. P 신용보증은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며 이 일을 추진한 CEO는 좋은 자리로 영전을 하게 되었다.

 

일이 잘 안되면, 직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또 어디에 보상을 주고 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A를 원하면서도 B에다 보상을 주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양에다 보상을 하지는 않는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하면서 단기적 성과에 보상을 주고 있지는 않는가?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개인플레이하는 사람이 대접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아야 한다.

 

대학에서는 과거에 연구의 질을 높이자고 하면서도 논문 편수만 가지고 연구실적 평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질 낮은 논문만 양산할 뿐이었다. 이제는 어떻게든지 질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 학술지에 발표하면 국내 학술지 논문보다 두 배로 쳐준다든지, 해외 학술지 중에서도 저명도나 영향력 지수에 따라 차이를 둔다. 이렇게 하여 논문 한 편을 쓰더라도 10편 쓴 교수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게 하는 것이다.

 

또 직원 간에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개인의 실적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경우는 개인 평가가 아니라 팀 실적 평가를 하는 것이 좋다. 개인이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팀의 성과가 낮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게 설계하는 것이다. 개인 성과와 팀 성과를 고루 반영한다고 하더라고 팀 성과의 비중을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아무리 보상 체계를 잘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평가 지표를 제대로 설정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평가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리더가 관심 두고 알아주는 비공식적 배려가 중요하다. 특히 표시 안 나게 고생한 직원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직원들은 리더가 개인적으로 살펴 주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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