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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민의 생각 정리 이야기 7] 관심의 시작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8/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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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민 화성시 규제개혁팀장     ©화성신문

관심이 있으면 뇌가 반응한다. 책을 읽을 때 목차부터 본다. 목차 중에서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키워드에 눈길이 쏠린다. 해당 페이지를 찾아서 읽는다. 같은 방식으로 다음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을 읽는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전체를 보게 된다. 처음부터 전체를 꼼꼼히 읽으려 하면 앞부분 몇 페이지만 읽다가 이내 지루해져 책을 덮어 버린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기 시작하면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호기심이 있는 부분은 뇌가 반응한다. 관심이 있으면 뇌에 자극이 들어오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안다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작년에 대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들을 때는 모두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교수님의 말씀을 어림짐작으로 대충 이해하려고 하지 능동적으로 질문하지 않는다. 지레짐작으로 그럴 것이라고 대충 넘어간다. 막상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게 안다는 느낌으로 시험을 보면 답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안다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외운 것은 안다는 느낌이고 이해한다는 것은 깊이 있게 관찰하고 질문하고 생각해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시험을 봤기 때문에 답을 쓸 수 없었다.

 

외워서 발표하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발표할 때 대본을 작성하고 외워서 발표하려 하면 외운 것을 틀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발표를 망치게 된다. 문장, 단어, 조사 하나까지도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발표를 망친다. 그러기보다는 발표의 목적은 무엇이고, 청중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부터 차분하게 생각하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설명하게 된다. 청자도 외운 것을 기계적으로 말하는 방식보다 대화하듯 발표하는 화자를 더 공감하고 선호한다.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에코의서재, 2007에 나오는 말이다. 지식은 사물과 현상에 관심을 두고 질문해 패턴, 원리, 특징, 모형 등을 관찰하고 깊이 궁리할 때 나타난다. 본다는 것과 보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보는 것이 전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수많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과 맛으로 느끼지만, 모든 것을 온전히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는 것과 보는 지점은 다르다. 보기와 관찰은 다르다는 뜻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 대표는 그의 저서 <일상의 빈칸>에서 거리의 풍경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서 그는 관찰하여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보고서를 쓸 때도 완전히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쓴 보고서와 여기저기서 그럴듯한 단어들을 가져와 조합한 보고서는 차이가 있다. 주체적으로 쓴 보고서는 생각이 담겨 있지만, 그럴듯한 단어의 조합들로 이뤄진 보고서는 생각이 담겨 있지 않다. 구색만 맞춘 보고서는 무얼 하려고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피상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질문하면서 읽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깊은 고민이 있어야 새로운 지식을 더할 수 있다. 석사학위논문을 쓸 때도 선행연구 논문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내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다.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을 더할 수 없다. 질문해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어야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의도적으로 반복하여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사실 관심이라는 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질문도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질문을 할 수 없다. 타성에 젖어 있고, 과거의 습관에 익숙해지고, 사유의 범위를 넓히려 하지 않으면 질문은 할 수 없다. 당연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질문해야 관심이 생기고 관찰하고 궁리하며 통찰할 수 있다. 일상의 이면에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질문이다. 익숙한 것도 질문해 보면 색다른 마주침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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