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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4]
의사소통에서 저지르는 흔한 오류, 어떻게 바로 잡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8/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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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임 사장은 박 부장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몹시 화가 났다. 박 부장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사장님, 요즘 직원들이 불평이 많습니다. 일이 너무 많다고 야단입니다.” 임 사장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흥분했다. 요즘이라고 특별히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장으로서는 더운 여름에 고생들 한다고 수박도 사주고 했는데 어찌 이런 말이 나오는가 싶었다. 

 

그런데 박 부장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져 보면, 여기에는 부정확한 것이 너무 많다. 요즘은 언제를 말하는가? 직원은 과연 전 직원인가? 불평은 무슨 뜻인가? 일은 어떤 일을 말하는가? 야단이란 어떤 행동인가?

 

사람들이 초기에 경험했거나 처음 접하는 지식은 구체적인 형태다. 그러나 그것을 저장하거나 표현할 때는 과감한 정리가 일어난다. 우선 대대적인 생략이 일어나고 단지 몇 가지 정보만 선택된다. 그리고 단순하게 표현해야 하므로 왜곡과 일반화가 일어난다. 생략, 왜곡, 일반화라는 소통상의 오류가 발생한다. 위의 박 부장 이야기는 바로 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오류투성이 진술인 것이다. 

 

사장이 이런 부장의 엉터리 진술을 듣고 화를 냈다면 그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알지도 못하고 근거 없이 화를 낸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부장에게 자세히 이야기하게 할 수도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이야기는 너무나 지루하게 될 것이고 사장님의 귀한 시간을 헛되게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표현의 오류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우선, 생략은 짧게 표현하는 것이다. 짧게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명사를 많이 쓴다. 여기에는 대부분 생략의 오류가 들어있다. “삶은 하나의 교육이다.” “인생은 연극이다.” “일은 고통이다.” 이런 식으로 명사화를 통해 긴 이야기를 축약한다. 어떤 경우는 시적으로 들리고,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자세한 정보가 과감히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대명사를 쓰거나 비구체적인 표현들도 생략된 것들이다. “그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라든지 “직원들이 안 나왔다”는 표현을 보면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교나 판단 형식을 빌려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 새로워지고 더욱 강력해진 저의 화이트 세제는 최고를 자랑합니다”고 했을 때 여기는 많은 비교가 있다. ‘더욱’은 누구와 비교한 것인지, ‘최고’는 어디에서 최고인지 알 수 없다. 최고는 비교인 동시에 판단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누구의 판단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왜곡은 잘못 해석하거나 인과관계를 잘못 파악할 때 나타난다. 위 박 부장 이야기에서 직원들이 불만을 품는 것은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일이 많다기보다는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거나 아님, 일과는 상관없이 무더위 때문일 수도 있다. 지각이 잦다고 해서 일에 불만이 많다고 해석하는 것도 왜곡일 수 있다. 사장의 의도를 잘못 전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것이 왜곡이다.

 

일반화는 어느 특정 상황을 그룹이나 어떤 범주 전체에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개별성이나 예외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은 지겨운 것이다” “MZ 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하다.” “직원들은 월급 더 주면 떠난다.” “사장님은 항상 야단치신다.” 이런 것들이 일반화이다. 평균으로 싸잡아 이야기하는 것도 대표적인 일반화 중 하나이다.

 

그럼 이런 소통의 오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오류이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바로잡기 위해서는 ‘왜?’를 통해 추궁할 수 있다. 임 사장이 박 부장에게 이렇게 캐물을 수 있다. “어떤 직원인가?” “몇 명인가?”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어떤 일이 언제 많았다는 것인가?” 등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청문회나 법정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추궁하면, 상대는 방어적으로 나오고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말 것이다.

 

생략, 왜곡, 일반화도 의도적인 오류가 아니라 하나의 소통 양식이다. 표현하는 사람의 프레임일 수 있고 소통 받는 사람의 구미에 맞추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가 잘못해서 캐묻는다는 자세가 아니라, 좀 더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왜’라는 단어를 피하고 상대에게 사실을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 요즘 날씨도 더운데 직원들이 힘들다 할 수 있겠지. 어떤 직원들이 무슨 일로들 불평하는 것 같나?” “부서별로는 차이가 있는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류를 없애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류를 통해 더 중요한 것을 찾아낼 수는 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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