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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199]
티끌과 태산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7/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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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화성신문

근검절약, 노력의 중요성을 말할 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곧잘 인용한다. 먼지같이 작은 티끌도 모이면 거대한 태산이 될 수 있듯이, 작은 돈도 점차 모으면 큰 금액이 될 수 있고, 순간순간의 노력이 점차 쌓이면 큰 꿈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으로 자녀를 지도할 때도 인용하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티끌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 말의 가치는 달라진다.

 

 작은 불씨가 모여 대형 산불이, 작은 물방울이 모여 대홍수가, 작은 바람이 모여 태풍이 되어 세상을 파괴한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 작은 것으로 있을 때는 도움을 주던 것이 모이고 모여 큰 것이 되면 오히려 파괴적이 되는 것도 있다. 부모의 자녀지도에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적용된다.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를 절대자로 여기고 하나씩 모방하면서 배워 간다. 부모로부터 배운 작은 교훈 하나하나가 쌓여 태산처럼 아이를 지켜준다. 

 

17C 초 영국의 대법관이자 철학자인 베이컨(Bacon)은 “어버이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이나 진로를 미리 선택해야 한다. 선택할 때가 되면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고, 아동을 대하는 관점도 달라졌기에 Bacon의 말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으나, 어렸을 때부터 쌓인 잘못된 티끌이 태산이 되면 고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말에 비추어 볼 때 어렸을 적부터 쌓은 도덕적 티끌이 태산이 된다면 자녀는 말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사회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티끌이 쌓여 태산이 된다면, 자녀는 부모의 말을 무시하고 외부에서 오는 쾌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때 부모가 던지는 교훈은 이미 태산이 되어 있는 자녀의 마음을 흔들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강압적 지도를 하게 되면 더욱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Bacon에 의하면, ‘강압은 그 보복으로 본성을 한층 광폭하게 한다.’ 어린 자녀의 자기중심적 행동은 부모에게 귀여움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쌓여 태산이 되면 자녀는 물론이고 부모도 힘들어진다. 

 

우리는 흔히 아이는 천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버려 두어도 계속 천사로 자랄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인간은 덕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동물 중에서도 가장 맹악한 탐욕과 육욕의 덩어리이다. 인간은 완성되면 가장 선한 동물이 되나 내버려 두면 가장 악한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다소 지나친 표현처럼 보이나, 자녀가 성장하면서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자기 보호를 위해 자기중심적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부각시켜 준다. 그러므로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어떤 도덕적 티끌을 심어 줄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편, 티끌 모아 태산은 단지 티끌만의 문제가 아니다. 티끌 모아 태산으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아들들에게 화살을 하나씩 주고 부러뜨리라고 했다. 아들들은 너무나 쉽게 부러뜨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화살 10개를 주고 부러뜨리라고 했다. 아들들은 부러뜨리지 못했다. 이에 이성계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러니 뭉쳐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역으로 생각해 보자. 부모가 자녀에게 나무젓가락 10개를 주고 부러뜨리라고 했다. 자녀는 부러뜨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 개를 주고 부러뜨리라고 했다. 자녀는 쉽게 부러뜨렸다. 이에 부모는 “뭉쳐 있으면 오히려 해결이 어려운 것이 있지만, 흩어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뭉쳐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는 자녀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다. 자녀가 해야 할 공부를 자꾸 미루게 되면, 해야 할 공부량이 태산이 되어 매우 큰 중압감으로 괴롭히게 된다. 끝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아 공부로부터 도피하게 된다.

 

자녀 양육에서 받은 부모의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작은 스트레스는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태산과 같이 쌓인 스트레스는 노이로제가 되어 부모의 일상을 지배한다. 이는 부모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도 큰 고통이다. 작은 스트레스는 웃으면서 해결할 수 있지만 큰 스트레스는 큰 소리로도 해결하기 어렵다. 급기야는 폭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그래 이번에는 참는다. 두고 보겠다”라는 마음으로 자녀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이른바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다.

 

 티끌을 모아 태산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고, 태산이 되기 전에 티끌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 부모는 이를 구분하여 자녀 지도를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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